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탁구 남자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건 유승민. /연합뉴스

14일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3선에 도전한 이기흥 회장을 물리치고 당선된 유승민(43) 전 대한탁구협회장은 “변화를 바라는 체육인들 열망이 컸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다”며 “몸이 부서져라 열심히 뛰어서 그 열망에 화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여덟 살 때 탁구를 시작해서 이 자리까지 오는 길에 많은 체육인의 도움이 있었다”며 “최연소 국가대표 선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 대한탁구협회장까지 혼자 이룰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 은혜를 꼭 갚겠다”고 말했다.

유 당선인은 당선 소감으로 “무겁고 부담이 된다”고 했다. “얼마나 헌신해야 하고 노력해야 하는지 알기 때문에 당장 기쁨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고민이 많다”고 했다. 이기흥 회장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깨고 이변을 일으킨 그는 “자신 있었다기보단 내 진정성을 믿었기에 마지막까지 심기일전했다”며 “선수 시절 올림픽을 준비할 때보다 더 많은 힘을 쏟아부었기 때문에 마음이 편했다”고 말했다. 그는 승리 비결로도 ‘진정성’을 꼽았다. “많은 분들이 제 진정성을 보고 도와주고 순수한 마음으로 함께 뛰어주셨다”며 “아테네 올림픽 땐 대표팀 동료와 지도자들이 옆에 있었고, IOC 위원 때도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셨다. 많은 체육인과 동료애를 발휘해 함께하는 것 자체가 스포츠인으로서 뿌듯하다”고 했다.

그래픽=백형선

그는 우선 과제로 2016년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 통합 체육회 출범 과정에서 정비가 미비했던 학교 체육, 생활 체육, 지방 체육 관련 사안을 해결하겠다고 했다. 유 당선인은 “특히 지방 체육회는 2년 후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시간이 없다. 예산과 행정 독립을 추진하겠다”며 “아수라장이 돼 있는 학교 체육을 정상화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기흥 회장 체제에서 촉발된 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의 갈등도 서둘러 정리하겠다고 했다. 유 당선인은 “누구와도 척(隻)을 져 본 적이 없다. 대화로 부드럽게 풀릴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체육 현장 현안들을 빨리 해결해야 하는데, 정부와 대화를 해서 풀 수 있다면 빠르게 대화를 하겠다”고 말했다.

유 당선인은 이날 투표에 앞서 진행한 소견 발표에서 “그동안 체육계에서 늘 외롭게 목소리를 내왔다. 그만 떠들라고 압박도 받았다”며 “그러나 꿋꿋이 목소리를 내왔고, 앞으로도 체육인의 대표로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체육이 더 이상 희생을 해야 하는 분야가 돼선 안 된다. 희망과 자부심의 영역이 돼야 한다”며 “체육인들을 체육회 주인으로 모시면서 대변인으로서 묵묵히 일을 하겠다. 외부로부터 변화가 아닌 우리 스스로의 변화를 앞장서서 이루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