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부부와 신혼부부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인천도시공사가 공급할 예정인 인천시 남동구 만수동의 한 천원주택 내부 모습./인천도시공사

16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만수동. 낡은 빌라들 사이로 5층짜리 신축 연립주택이 눈에 띄었다. 인천시가 다음 달 입주자를 모집하는 신혼부부용 ‘천원주택’ 23곳 중 한 곳이다. 인천시가 신혼부부용으로 약 36억원을 투자해 사들였다. 69㎡ 9가구와 75㎡ 3가구 등 12가구 규모다.

들어가보니 필로티 1층은 12가구가 각 1대씩 차를 댈 수 있는 주차장이 있었다. 75㎡ 집은 방이 3개, 화장실이 2개였다. 하얀색 거실이 생각보다 널찍했다. 천장에는 공기청정기가 설치돼 있었다. 인덕션레인지를 갖춘 주방에는 천장부터 바닥까지 이어진 대형 수납장이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그릇 등 새살림이 많은 신혼부부들이 걱정 없이 수납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했다.

69㎡ 집은 방이 2개였다. 안방에는 옷 등을 보관할 수 있는 ‘펜트리’ 공간이 있었다. 인천시 관계자는 “천원주택이라도 최대한 넓어 보이게 구조를 뽑은 게 특징”이라고 했다.

그래픽=이진영

걸어서 5분이면 인천 지하철 2호선 만수역에 갈 수 있다. 공인중개사 A씨는 “만수동에 이 정도 크기의 빌라를 구하려면 아무리 오래된 빌라도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50만원은 줘야 한다”며 “천원주택은 거의 공짜로 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천원주택은 보증금 2500만~3000만원에 월세 3만원(하루 1000원꼴)을 내고 최대 6년까지 살 수 있다. 저소득층에게 공급하는 임대주택(월 28만원)보다 더 싸다.

미추홀구, 서구, 남동구, 계양구 등의 연립주택을 사들여 총 500가구를 공급한다.

인천도시공사 관계자는 “공급 일정과 신청 방법을 묻는 전화가 하루 300~500통씩 온다”고 말했다.

오는 3월에는 신혼부부가 살고 싶은 집을 정해 신청하면 시가 나서서 집 주인과 전세 계약을 한 뒤 싸게 빌려주는 ‘전세 임대형 천원주택’도 500가구 공급한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려면 신혼부부나 예비부부의 집값 부담부터 덜어줘야 한다는 생각에 시작했다”고 했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미혼 남녀 32.4%가 결혼하지 않는 이유로 ‘주거 비용 등 결혼 자금이 부족해서’를 꼽았다.

16일 오전 서울 동작구 소재 '월세 1만원' 신혼부부 임대주택 모습. 관계자가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서울 동작구는 이달 말부터 신혼부부용 ‘만원주택’ 7가구를 공급한다. 보증금 약 1600만원에 월세 1만원을 내고 최대 4년까지 살 수 있는 집이다. 관리비는 별도다.

동작구가 노량진동, 상도동, 흑석동, 사당동 등에 있는 빌라, 다세대주택 중 7집을 빌려 커플들에게 싸게 세 주는 방식이다. 크기가 29~64㎡로 다양하다.

작년 10월 입주자 모집 당시 100커플이 신청해 경쟁률이 14대1에 달했다. “월세 1만원 내고 서울 한복판에 살 수 있다”는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7집은 동작구청 직원 2명이 4개월간 발품을 팔아 구했다고 한다. 방 2개 이상, 역세권 빌라와 다세대주택이 타깃이었다. 동작구 관계자는 “예산이 넉넉하지 않아 집주인과 공인중개사한테 애걸복걸하는 게 일이었다”고 했다.

만원주택 아이디어는 박일하 구청장이 냈다. 박 구청장은 “지방자치단체가 파격적으로 지원한다는 걸 보여주면 저출생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며 “그래서 월세도 1만원으로 정했다”고 했다.

이달 말 노량진동에 있는 만원주택에 입주하는 김모(33)씨는 “집 걱정에 남자친구와 결혼을 미루고 있었는데 만원주택에 당첨되고 나서 혼인신고부터 했다”며 “생각보다 집이 넓어서 아이도 빨리 낳으려고 한다”고 했다.

만원주택, 천원주택이 실제로 저출생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도 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신혼부부들이 살기 원하는 지역에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기엔 예산 부담이 너무 크다”며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상징적인 실험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동작구는 만원주택 7집을 마련하는 데 예산 18억원을 썼다. 동작구의회에서도 예산 심의 과정에서 “혜택을 받는 가구가 너무 적다” “결혼이나 출산 증가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동작구 관계자는 “저출생 문제는 국가의 미래가 달린 문제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최대한 해봐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공급량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