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가 18일 오후 종료됐음에도, 수백 명에 달하는 지지자들은 다음날 새벽까지 서울서부지법 앞에 남아 밤샘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 지지자들은 법원 근처에 텐트와 캠핑 의자를 가져와 ‘장기전’에 돌입했다. 장갑 등 방한용품과 두꺼운 패딩으로 무장한 이들 시위대는 태극기와 성조기, 경광봉 등을 흔들며 법원을 향해 “윤 대통령 즉시 석방” “영장 기각” “불법 체포” “탄핵 무효” 등의 구호를 반복해서 외치고 있다. 이들은 시위 도중 간간히 스마트폰으로 뉴스나 유튜브 방송을 보며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시위대 중 일부는 법원 인근 전봇대나 울타리, 슬레이트 구조물 등을 일제히 두드리며 ‘난타쇼’도 벌였다. 일부 지지자들은 손전등으로 서부지법 건물 창문 하나하나를 비춰가며 안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기도 했다.
전날 오후 7시쯤 윤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부지법을 떠난 뒤에도 일부 지지자들은 “영장 기각”을 외치며 도로 점거 시위를 계속했다. 경찰은 오후 8시 20분쯤 안내방송을 통해 시위대에 해산 명령을 내렸으나 시위대는 소리를 지르며 경찰에 맞섰다. 일부는 애국가도 불렀다.
법원 인근 골목길에서도 윤 대통령 지지자들과 경찰 사이에 대치가 이어졌다. 이날 오후 9시쯤 서부지법 후문 인근에서 시위대에 쫓기던 MBC 소속 언론인 1명이 경찰차에 탑승하자 지지자들이 경찰차를 에워싸기도 했다. 출동한 경찰들이 방패로 시위대를 밀어내는 과정에서 몸싸움도 벌어졌다.
이들 지지자들은 서부지법 앞 마포대로 전 차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이어갔다. 이로 인해 18일 오후 3시부터 법원 앞 도로에서의 차량 통행이 전면 중단됐으나, 자정이 지나며 차량 통행이 재개됐다.
◇윤 대통령 법원 출석 의사 밝힌 오전, 지지자들 서울서부지법에 모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18일 오전, 윤 대통령이 법원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법원 앞에는 이른 시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윤 대통령 출석 소식이 전해지자 이미 법원 앞에 모인 지지자들은 대통령 이름을 연호하는 등 크게 고무된 모습이었다.
이들은 “부정선거 검증하라” “불법 체포” “위조 공문” 등의 구호를 외치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한층 거세게 흔들었다. 서부지법 주변을 통제하고 있는 경찰을 향해서도 “시위를 왜 방해하느냐” “문 열어라”라고 외치며 반발 강도를 높였다.
이날 오전 9시쯤에는 경찰이 법원 정문 앞 집회를 벌이던 윤 대통령 지지자 수백 명에 대해 강제 해산에 돌입하기도 했다. 경찰은 법원 정문 앞에서 농성하던 시위대를 한 명씩 끌어내 법원 정문 앞 진입로를 확보하고, 정문 좌우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시위대의 진입을 막았다. 경찰의 시위대 해선 과정에서, 경찰을 폭행한 남성 1명이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이날 경찰관 폭행 등 공무집행방해로 총 7명이 체포됐다.
◇윤 대통령 도착하자 일부 지지자 인도 내려가... 대통령 차량 행렬 막기도
18일 오후 1시 50분쯤 윤 대통령을 태운 차량 행렬이 서울서부지법 근처에 모습을 드러냈다. 흥분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 중 일부가 도로까지 내려가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한 중년 여성은 대통령 차량 행렬 맨 앞의 경찰차를 가로막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10초 가량 흔들기도 했다. 이 여성은 결국 경찰과 경호처 직원들에 의해 인도 쪽으로 끌려나갔다.
윤 대통령 차량이 서부지법 안으로 들어가자, 법원 근처에 몰려 있던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 이름을 연호하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즉각 석방” “영장 무효” “불법 구금 중단하라”를 구호를 외쳤다. 환호하는 지지자들도 있었고, 눈물을 보이거나 소리 내어 오열하는 지지자들의 모습도 보였다.
◇ 광화문 시위대도 합류
늦은 오후에는 광화문에서 열리던 ‘탄핵 반대’ 집회 참석 인원도 서부지법 앞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이들은 경찰 차벽과 바리케이드 등을 밀며 도로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지지자들과 경찰이 밀치고 소리 지르며 ‘아수라장’이 펼쳐졌고, 결국 경찰 저지가 뚫렸다.
시위대는 오후 3시쯤부터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아현역에서 마포경찰서에 이르는 마포대로 약 1㎞ 구역 10개 차로를 모두 점거했다. “위조 공문” “불법 체포” “윤석열을 즉각 석방하라” “탄핵 무효”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오후 5시 기분 기준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 일대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4만여 명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였다.
◇ 윤 대통령 지지자들 담장 넘어 진입하다가 체포되기도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서부지법 앞 도로는 물론 법원 주변도 에워쌌다. 법원을 둘러싼 지지자들은 애국가를 부르고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부부젤라를 부는 지지자도 있었다. 일부 시위대는 “법원을 포위하자”고 외치며 법원 인근 골목길로 진입하기도 했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 저지선을 뚫고 법원 정문 진입을 시도했다. 이들은 “법원 정문을 열어라”, “내가 대통령 얼굴을 봐야겠다”며 법원을 향해 소리치기도 했다. 경찰은 시위대가 법원 내부로 난입할 것을 대비해 법원 안에 철제 펜스 등을 설치하고 경계를 강화했다.
이날 오후 5시 26분쯤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남성 1명이 서부지법 담장을 넘어 법원 내부로 침입하다가 건조물침입 혐의로 경찰에 현행범 체포됐다. 이 남성은 경찰에 끌려나가며 취재진을 향해 “빨갱이를 처단하겠다”며 “나라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고 소리쳤다.
이후로도 담을 넘어 법원 내부로 진입하려던 21명이 경찰에 붙잡혀 추가로 연행됐다. 이들은 대부분 2030 청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 윤 대통령 법원 빠져나가자 지지자들 환호... 공수처 차량 에워싸고 파손하기도
이날 오후 7시 33분쯤 윤 대통령을 태운 법무부 호송차량은 서부지법을 빠져나갔다. 이에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보이자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양손을 번쩍 들고 손팻말을 들고 흔들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을 태운 차량 행렬이 빠져나갈 때까지 윤 대통령 이름을 연호했다.
이들은 한때 마포대로 전 차선을 점거했으나, 경찰은 기동대 버스로 차벽을 쌓고 시위대를 한쪽으로 강제 이동시켜 윤 대통령 차량 행렬이 지나갈 수 있도록 통행로를 확보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법원을 빠져나가는 공수처 차량 2대를 가로막고 포위하기도 했다. 일부는 달라붙어 차량을 흔들었고, 일부는 차량 앞 유리 등에 ‘탄핵 무효’ ‘이재명 구속’ 등 스티커를 붙였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가 차량 유리와 문 손잡이를 훼손하고 앞바퀴 공기를 빼기도 했다.
뒤늦게 경찰 기동대가 상황 정리에 나섰지만 지지자들은 팔짱을 끼며 저항했다. 1시간 가까이 지속된 대치 끝에 경찰 장비와 인력이 투입돼 공수처 차량이 빠져나가며 상황은 정리됐다. 다만 공수처 차량은 유리와 차체가 깨지고, 타이어가 손상됐다고 한다.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관 1명이 구타당하고 옷이 찢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이날 공수처 차량을 막아서고 공격한 10명을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고 밝혔다. 체포된 이들은 마포서와 인근 경찰서로 분산돼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