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18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들이 탑승한 차량을 막아서고 파손했다.
18일 경찰과 공수처 등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인근에 모인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날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떠나는 공수처 차량 2대를 법원 인근 공덕역 부근에서 포위했다. 공수처 검사를 비롯해 관계자들이 탄 차량이었다.
앞서 이날 저녁 7시쯤 서부지법 청사를 빠져나온 공수처 관계자들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결한 법원 정문 앞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30분가량을 차 안에서 대기했다. 이후 윤 대통령이 탄 법무부 호송 차량이 오후 7시 30분쯤 먼저 법원을 나섰고, 곧이어 공수처 차량 2대도 법원을 출발했다.
하지만 공덕역 인근을 지나가던 중, 공수처 차량 2대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가로막혔다. “공수처 차량”이라는 외침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어 차량 주변을 에워쌌다. 한 지지자는 “저 차에 오동운(공수처장)이 탔다. 끌어내서 죽여버리자”고 외치기도 했다. 공수처에 따르면 오 처장은 해당 차량에 없었다고 한다.
지지자들은 탄핵 반대 구호가 적힌 피켓으로 유리창을 덮어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했다. 일부는 차량 앞유리 등에 ‘탄핵 무효’ ‘이재명 구속’ 등 스티커를 붙였다. 이어 지지자들은 “공수처 해체” “공수처 폭파” 등의 구호를 외치며 차량을 흔들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는 차 유리와 문 손잡이를 훼손하고 앞바퀴 공기를 빼기도 했다.
이후 경찰 기동대가 투입돼 뒤늦게 상황 정리에 나섰지만, 시위대가 짠 스크럼에 밀려 한동안 차량 인근으로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경찰이 지지자들을 끌어내려 했지만, 시위대는 팔짱을 끼며 저항했다. 경찰과 시위대가 뒤엉키며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나오는 등 아찔한 상황이 이어졌다.
오후 8시 35분쯤이 되어서야 현장은 정리됐고, 공수처 차량은 겨우 빠져나갈 수 있었다. 서부지법 인근까지 이동한 공수처 차량은 시위대에 의해 바퀴에 바람이 빠져 더 이상 이동이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유리와 차체 또한 크게 파손됐다.
한 공수처 관계자는 시위대의 차량 파손을 제지하기 위해 차량에서 내리다가 시위대로부터 나무 막대 등으로 구타를 당했다. 옷이 찢어지는 등 피해가 크다고 한다.
공수처와 무관한 일반인도 피해를 봤다. 시위대가 지나가는 일반 차량을 가로막고 차 문을 두드리며 안을 들여다보는 모습도 포착됐다. 일부 시민은 “이러다 폭력집회 된다” “이러면 안 된다” “진정하라”며 흥분한 지지자들을 말리기도 했다.
공수처는 이날 “정당한 법 집행에 대한 방해 행위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면서 “경찰에 이같은 행위에 대한 채증 자료를 토대로 강력한 처벌을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이날 공수처 차량을 막아서고 공격한 10명을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고 밝혔다. 체포된 이들은 마포경찰서와 다른 경찰서들로 분산돼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