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맨 오른쪽)과 술집 종업원(맨 왼쪽)이 국내 여행 유튜버 A씨에게 술값을 내도록 유도하고 있다. /유튜브

국내 한 여행 유튜버가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서 친절한 노인을 따라갔다가 술집에서 이른바 ‘술값 사기’를 당한 사연이 전해졌다. 실제로 아테네에서는 홀로 다니는 여행객을 술집으로 유도한 뒤, 이곳에서 과도하게 비싼 금액을 청구하는 사기 행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여행 유튜버 A씨가 지난 15일 올린 영상에 따르면, 당시 A씨는 그리스 아테네의 유명 관광지인 아크로폴리스 구경을 마친 뒤 이런 일을 겪었다. 자신을 “70세 마이클”이라고 소개한 노인이 아테네 관광을 도와주겠다며 A씨를 술집으로 데려갔고, 이곳에서 술값을 내라고 거듭 권유하는 방식으로 돈을 요구한 것이다.

당시 이 노인은 “한국에 두 번 가봤다”며 친밀감을 표시하고, “잘생겼다”는 칭찬을 수차례 하며 A씨의 경계심을 허물었다. 이후 노출이 심한 의상의 여성 종업원들이 일하는 곳에 A씨를 데려간 뒤 모르는 여성의 술값까지 내게 했다. A씨가 자기 술값만 계산하겠다고 말했지만, 지속적인 요구에 A씨는 결국 여성의 술값 35유로(약 5만2300원)와 팁 15유로(약 2만2400원) 총 50유로(약 7만4700원)를 계산한 뒤에야 자리를 나올 수 있었다.

A씨는 술집에서 빠져나온 뒤 “한국 같으면 보통 어르신이 계산하지 않느냐. 여기선 제가 다 계산해야 하는 분위기로 흘러갔다”며 “마이클이 처음부터 커미션(수수료)을 목적으로 나를 여기 데리고 온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다른 여성들도 와서 계속 자기한테 술 사달라고 하더라”며 “불편해서 혼자 (술집에서) 나왔다”고 했다.

이후 A씨가 찾아간 인근의 액세서리 가게 사장 역시 노인과 여성이 한패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액세서리 가게 사장은 A씨의 사연을 듣더니 노인과 여성 등이 모두 한패일 것이라며 “돈 벌려고 그러는 거다. 사기는 전 세계 어디에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작년 6월 기준 그리스 아테네에서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술값 사기 피해가 잇따라 보고된 것으로 파악됐다. 김한별 외교부 사무관은 YTN ‘해외안전여행정보’에 “주로 아크로폴리스 유적지 인근 술집 등에서 혼자 여행하는 외국인 여행객을 대상으로 피해가 발생했다”며 “그리스에 머무는 동안엔 과도하게 친근감을 표시하며 접근하는 외국인을 경계하고 모르는 사람과의 술자리 동행도 삼가야 한다”고 했다. 또 “술집에 가더라도 가격이 정확히 표기된 메뉴판을 확인한 뒤 주문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면 홀로 대응하는 것보다 경찰에 신고하는 게 안전하고 대응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고 했다.

차량 털이 피해도 빈번하게 발생했다고 한다. 김 사무관은 “차량 털이 피해는 그리스 대표 관광지인 아테네·고린도·테살로니키를 중심으로 발생했다”며 “도로에 주차된 차량의 유리창을 깨고 차량 안의 물건을 훔쳐 가는 수법으로 주로 렌터카가 범죄 표적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리스에선 되도록 관리인이 있는 주차장을 이용하고, 여행 가방 등 소지품을 차량에 둬야 하는 경우엔 외부에서 보이지 않도록 차량 트렁크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리스 여행 중 위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는 그리스 통합 긴급번호 112번이나 현지 경찰 100번, 영어 소통이 가능한 아테네 관광 경찰 1571번 등으로 신고하고, 영사 조력이 필요하다면 영사 콜 센터로 연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