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이 총책 A씨로부터 압수한 전자 기기./서울경찰청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2020년 5월부터 2025년 1월까지 4년 9개월에 걸쳐 다단계 방식으로 성착취물 등을 제작한 범죄집단 14명을 검거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사건의 범죄 피해자는 총 234명으로 피해자중 159명이 10대로 67.9%를 차지했다.

검거된 총책 A(33·남)씨는 지난 17일 구속됐다. 총책에 적용된 범죄 혐의만 19개다. 아동 성착취물 제작·강간·촬영물 이용 협박·청소년 성보호법 등이 포함됐다. 경찰 관계자는 “‘N번방’ ‘박사방’ 조주빈 사건이랑 비교했을 때 더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의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검거된 조직원 중 최연소 조직원은 15세 중학생이었다. 10대가 11명, 20대 1명, 30대 1명이었다. 직업군으로 보면 중학생 1명, 고등학생 6명, 대학생 3명, 회사원 1명, 무직이 2명이다. 여성 조직원도 1명 포함됐다.

◇목사·집사·전도사·예비전도사로 나눠 다단계식 성착취

피해자에게 유포할 것을 협박하는 총책. /서울경찰청

이들은 피라미드형 사이버 성폭력 집단으로 ‘자경단’이라는 명칭을 가지고 활동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총책 A씨는 ‘목사’라는 호칭으로 불렸다. 목사 밑에 전도사, 예비전도사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서 피라미드형으로 연쇄적으로 피해자를 끌어들였다.

총책 A씨는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범행 대상을 물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 피해자들은 지인의 딥페이크 합성물을 제작·유포 의뢰 했다가 수렁에 빠졌다. A씨가 성착취물 제작 의뢰를 넣은 남성들의 신상 정보를 가지고 수사 기관에 고발하겠다고 남성 피해자들을 협박했다. 성적 호기심을 가지고 여성 피해자들은 A씨가 텔레그램으로 유인한 뒤, 신상정보를 확보해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총책은 1시간마다 일상을 보고하고 반성문을 작성하게 하면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A씨의 지시 사항을 어길 경우 나체 촬영 및 자해 등 가학적 성착취 행위를 강요해서 심리적으로 지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청소년 일부에게는 남성과 성관계 해야만 이 지배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세뇌 후 10명을 성폭행했다.

A씨는 이후 약점이 잡힌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또 다른 피해자를 물색해올 것을 강요했다. 허위 영상물 및 성착취물을 제작·유포 하게 하는 것은 물론, 조직원들끼리 상호 유사 강간도 사주했다. A씨의 지시를 잘 이행할수록 계급은 한단계씩 올라갔다. 피해자들 물색하는 데 성공하면 예비전도사에서 ‘전도사’로 등급을 올리는 식이었다.

◇박사방 보고 범죄 연구...수리남 보고 ‘목사’라 자칭

총책의 심리적 지배 모습 캡쳐. /서울경찰청

이 과정에서 총책은 1시간 단위로 일상을 보고 받거나, 반성문을 작성하도록 강요했다.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나체 촬영과 자해 등 성착취 행위를 강요했다. 10대 여성에게는 ‘성관계를 해야 지배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전국 각지에 있는 피해자들을 찾아가 강간 범죄까지 저질렀다.

경찰은 2023년 12월 21일 피해자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 전국에 접수된 사건 60건을 병합해 수사했다. 392일간의 수사 과정에서 200회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고, 국제 공조 수사 등 각종 수사 기법을 동원했다. 결국 총책 A씨는 지난 15일 경기 성남의 자택에서 검거됐다.

A씨는 박사방 등 텔레그램서 발생한 성착취 범죄 내용을 보며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목사 등 교회 관련 명칭을 조직에 사용한 것과 관련해서 “드라마 수리남의 주인공, 황정민 목사를 모티브로 해서 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외부적으로 조직이 크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서 여러 등급으로 나눈 것으로도 조사됐다.

경찰은 총책 A씨는 대학을 졸업한 뒤 평범한 회사에 다니던 중산층이었다고 전했다. A씨는 “특정한 성적 지향을 가진 것일뿐”이라는 식으로 진술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죄의식이나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이 전혀 없어, 심리 분석 및 프로파일러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씨에 대한 신상공개 심의위원회는 22일 개최됐다.

◇텔레그램서 범죄 자료 회신 받아...국내 첫 사례

조직원들이 경찰 수사를 비웃는 모습 대화 내역 캡쳐. /서울경찰청

이번 사건은 텔레그램이 한국 수사기관에 처음으로 범죄 관련 자료를 제공한 사례라고 경찰은 밝혔다. 텔레그램은 지난해 9월 24일 경찰의 요청에 따라 관련 데이터를 회신했으며, 이후 경찰청은 10월부터 텔레그램과 공식적인 수사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텔레그램을 이용한 성착취 범죄는 수사 기관의 접근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제적인 수사 협력의 가능성이 열렸다”고 밝혔다.

조직원들은 자신들은 검거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여성 경찰을 불러라’ 발언하거거나 ‘사이버수사과 경찰들 잡을 수 있어요’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경찰은 “사이버 성폭력은 반드시 검거된다”며 “완전한 범행은 존재하지 않으며 결국 검거된다는 사실을 범죄자에게 각인 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