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을 이용해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목사방' 총책 A씨가 24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동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연합뉴스

텔레그램에서 10대 청소년 등 남녀 230여 명을 성 착취, 협박한 ‘목사방’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2019년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박사방(N번방) 사건 피해자(70여 명)의 3배에 이르는 규모다. 주범은 30대 남성 회사원이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성 착취 조직원 14명을 검거하고 이 중 총책 A(33)씨(활동명 ‘목사’)를 범죄단체조직 및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 17일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평범한 회사에 다니던 중산층이었다고 한다.

A씨는 조직 이름을 ‘자경단’이라고 붙였고, ‘목사’를 자칭했다. 조직은 목사·집사·전도사·예비 전도사로 계급이 나뉘어 상명하복 지휘 체계를 형성했다. 드라마 ‘수리남’(2022) 주인공이 목사로 위장해 범행했다는 데서 착안했다.

목사방 일당엔 15세 중학생 1명과 고등학생 6명 등 10대 미성년자 11명도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목사방에 포섭돼 지인의 딥페이크 성 착취물을 제작해 제공하는 등 사이버 성폭력에 참여한 73명도 특정돼 이 중 40명이 검거됐고 1명은 구속 송치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5월 자경단을 결성해 남녀 피해자 234명을 상대로 협박 등을 통해 가학적 성 착취를 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 중에는 10대 남녀 159명(남성 57명·여성 102명)도 포함됐다. 10대 여성 피해자 10명은 A씨에게 잔혹한 행위와 함께 성폭행당하고 촬영까지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9~2020년 ‘박사방’ 사건의 피해자는 미성년자 16명을 포함해 총 73명이었다. 경찰은 이번 목사방의 범행 수범이 훨씬 악랄하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주로 여성을 대상으로 한 기존의 주요 사이버 성폭력 범죄와 달리 남성까지 무차별적으로 성 착취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A씨는 여성 청소년 10명을 성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시간 단위로 피해자에게 일상을 보고하게 하거나,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벌을 주는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장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변 지인에게 알리겠다며 나체 촬영·자해 등을 강요했다. 피해 여성 일부에게는 성관계를 해야만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세뇌하기도 했다.

남성도 범행 대상이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인 딥페이크 합성물 제작과 유포에 관심을 보인 남성에겐 ‘신상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했고, 일부 남성 피해자는 A씨 등 상부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사 강간 등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죄의식이나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이 전혀 없는 ‘반사회적 인격의 소유자’라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2023년 12월 피해자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해 전국에서 60건을 이송받아 압수 수색 영장 202건을 발부받는 등 텔레그램의 비협조 등으로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A씨는 위장 수사한 경찰에게 “우리 사이버수사과 아저씨들 저를 잡을 수 있겠느냐. 수사하러 헛고생하지 말고 푹 쉬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경찰은 끈질긴 수사 끝에 텔레그램에서 최초로 범죄 자료를 회신받았고, 지난 15일 A씨를 경기 성남시 자택에서 검거했다. A씨에겐 범죄단체조직과 청소년성보호법·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19개 혐의가 적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