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를 살해한 혐의로 24년간 복역하다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신혜(47)씨가 망상 증세를 겪고 있다는 근황이 전해졌다.
지난 1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선 김씨의 이 같은 근황이 공개됐다. 김씨의 남동생인 후성씨는 “지금은 저를 불편해하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며 “(누나가) 망상이 심해 저를 적으로, 자기를 해코지 하는 사람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김씨는 자신이 중국 사람이라며 “아버지가 저를 납치하고 유괴했던 분”이라고 주장했다. 또 자신이 중국에서 애타게 찾아온 후계자이며 러시아 황실의 주인이라고도 했다. 그는 또한 “난 전 세계 어디에서든 재판 안 받게 돼 있다”며 “난 스페셜 에이전트, 전 세계 한 명뿐인 에이전트”라고 말했다.
김씨의 무죄 판결을 이끈 박준영 변호사는 “2015년 재심 신청하고 2018년 재심이 확정됐는데 망상이 심해진 시점을 2018년쯤으로 본다”며 “영한사전을 들고 와 이게 암호 해독 책이라고 하더라. A부터 Z까지 형광펜이 칠해져 있고 알 수 없는 글들이 기재돼 있었다. ‘천장에 도청 장치가 설치돼 있다’고도 했다”고 전했다.
김씨가 0.97평 정도 되는 독방에서 수감 생활을 하며 망상이 심해졌다는 교도관의 증언도 전해졌다. 김씨의 증세가 심해지자 가족은 그를 국립병원에 응급입원을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효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2015년도 (재심을 신청하면서) 본인 입장에선 희망이 보이다가 시간이 늦어지면서 많이 지쳤을 것”이라며 “그러면 ‘세상이 잘못된 걸 거야’ ‘구조가 문제가 있는 거야’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태경 서원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고립된 세상에서 혼자만의 판타지에 살았다. 혼자만의 세상 속에서 25년 동안 자기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불운한 일들을 타당화했을 것이다. 그냥 참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2000년 3월 7일 전남 완도군 완도읍에서 아버지 A(당시 52세)씨에게 수면제를 탄 양주를 먹여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확정판결 됐었다.
김씨는 수사 당시 자신의 범행을 인정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동생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말을 듣고 대신 누명을 썼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김씨의 재심은 대한변호사협회가 2015년 1월 광주지법에 청구해 2018년 재심 개시가 확정됐다.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1부(재판장 박현수)는 지난달 6일 존속살해 등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씨의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심 재판부는 “사건 초기 피고인의 범행 인정 진술은 경찰의 강압적 수사, 동생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에 따른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피고인에 대한 범죄 공소 사실은 증명이 없다.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했다.
검찰은 무죄를 선고한 재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달 13일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