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11시 20분쯤 서울 강동구 8호선 암사역에서 종점 별내역으로 가는 별내선 전동차에 본지 기자가 탑승했다. 세 구간(암사역사공원역~장자호수공원역, 장자호수공원역~구리역, 동구릉역~다산역)에서 열차는 네 번이나 급정거했다. 장자호수공원역에서 내리려고 손잡이를 잡고 서 있던 20대 여성은 급정거에 몸을 심하게 휘청거린 뒤 놀란 표정을 지었다. 구리역으로 가다가 발생한 급정거 때는 50대 여성이 하마터면 전동차 바닥에 넘어질 뻔했다. 구리시민 이지형(22)씨는 “장자호수공원~암사역 부근에서 항상 급정거를 느껴 마음의 준비를 하고 다닌다”고 했다.

경기 남양주시 별내역과 서울 암사역을 잇는 지하철 8호선 연장선인 별내선. 지난해 8월 10일 개통해 6개월 가까이 운행 중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급정거가 너무 심해 승객들이 모두 넘어질 뻔했다” “이게 지하철인지 놀이기구인지 모르겠다”는 민원을 제기한다. 서울교통공사가 김종길 서울시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별내선 개통 전(1월 1일~8월 9일) 8호선 급정거 민원은 222일간 22건에 불과했으나 별내선 개통 이후(8월 10일~12월 31일)에는 144일간 85건이 접수됐다. 하루 평균 0.1건에서 0.6건으로 6배로 늘어났다. “급정거로 발목이 삐었다” “어린이가 넘어졌다” 등 내용이다.

급정거 민원이 폭증하자 별내선을 위탁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지난달 3일 8호선 전체를 점검했다. 노선 전체에서 발생한 급정거는 38번이었는데, 별내선 구간에선 17번(44%)이었다. 공사는 지난해 8월 별내선 개통 때 투입한 새 전동차 9대에서 급정거가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동차 혹은 레일 결함이 급정거 원인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국내 전동차 납품 업체가 3개뿐인 과점 시장 구조이고, 최저 입찰제 기반으로 발주가 이뤄지다 보니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실제 별내선에 전동차를 납품한 업체가 제작한 전동차엔 그간 각종 고장이나 불량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납품 업체 측은 본지 통화에서 “전동차 결함이 급정거 원인은 아니다”라고 했다.

공사와 업체는 전동차에 있는 신호 장치의 제동 명령이 브레이크에 반영되는 과정에서 ‘시간차 오류’가 있고, 이를 보정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급정거 문제는 신규 전동차·노선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라고도 설명한다. 그러나 시민들은 “안전이 걸린 문제인데 우리를 상대로 생체 실험을 하느냐”고 반발한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전동차 브레이크를 잡게 하는 신호 체계 안정화가 제대로 안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는 곡선 구간 레일에 결함이 있을 가능성도 제기하지만 공사는 “레일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는 시운전 당시에는 급정거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본부 관계자는 “사람 대신 물통을 넣어 운행하는 형식 승인 검사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영업 시운전은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인증을 받았다”고 했다. 형식 승인 검사는 지난 2023년 8월 21일부터 약 8개월, 영업 시운전은 지난해 5월 25일부터 30일간 충분히 이뤄졌다는 것이 본부 측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