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웨딩 박람회를 찾은 예비 부부가 드레스 등 결혼 관련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기사와 관련 없음./뉴스1

국세청이 바가지 요금과 불투명한 가격 구조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스드메) 업체와 산후조리원, 영어 유치원 등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섰다.

국세청은 11일 ‘스드메’ 등 결혼 준비 서비스 업체 24곳, 산후조리원 12곳, 영어유치원(영유아 영어학원)과 저학년 영어학원 10곳 등 46개 업체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한다고 밝혔다. 이 업체들 상당수는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됐으며, 소득 탈루 혐의 금액은 2018~2023년 5년간 총 2000억원가량에 달한다.

이번 조사는 결혼·출산·육아 과정에서 마주하는 관련 업체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은 “예비 부부들은 업체와 계약하고도 언제, 어디서 추가금 견적서가 날아들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라면서 “관련 업계 사업자들은 그 반대급부로 높은 소득을 얻어 고가의 자산을 얻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누리면서도 납세 의무는 외면하고 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스드메 업체들은 계약 시 안내한 기본 계약 내용 외의 추가금을 다수의 차명계좌에 이체하도록 유도한 후, 소득 신고를 누락해 자산 증식의 재원으로 유용했다. 또 자녀 또는 배우자 명의를 빌려 추가 사업체를 설립한 후, 매출액을 두 업체 간에 분산해 세금을 탈루했다.

고급 웨딩드레스 대여숍 업체의 경우 드레스 선택을 위한 샘플 착용 비용인 ‘피팅비’는 현금으로만 받았다. 대여 드레스의 브랜드에 따라 차등 발생하는 추가금도 10% 할인을 제시하며 현금 결제를 유도해 매출을 누락했다.

산후조리원은 현금영수증 의무 발행 사업자인데도 현금영수증 미발급 조건으로 현금 할인가를 제시한 업체들이 적발됐다. 일부는 매출 누락과 비용 부풀리기로 손실이 발생한 것처럼 신고하고도 고가의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본인 건물에 산후조리원을 입점시킨 후 시세를 초과하는 임대료를 받아 해외여행 및 사치품 구입에 사용했다.

이와 함께 일부 영어 유치원은 수강료 외의 교재비·방과 후 학습비·재료비 등을 현금으로 받아 소득 신고를 누락했고, 이를 자녀의 해외 유학 자금 등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

민주원 조사국장은 “금융 추적 등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불투명한 수익 구조와 자금 유출 과정을 낱낱이 확인하겠다”며 “현금영수증 미발급 가산세를 철저히 부과하고 조세범칙 행위 적발 시 형사처벌이 이뤄지도록 엄정 조치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