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여교사가 8세 여학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교사는 범행 후 자신의 목과 팔을 찔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과거 학교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 경우는 있었지만 교사가 학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이 학교 보내기도 겁나는 세상이 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대전경찰청 등에 따르면, 10일 오후 6시쯤 대전 서구 관저동의 한 초등학교 2층 시청각실에서 이 학교 1학년 학생 A(8)양이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날 오후 5시 18분쯤 ‘아이가 사라졌다’는 부모의 신고를 받고 학교에 출동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학교 관계자와 교내를 수색한 끝에 시청각실 창고에서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A양을 발견했다. A양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A양은 돌봄 수업을 마친 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창고에서 이 학교 여교사 B씨도 발견했다. B씨는 팔과 목이 흉기에 찔린 채 쓰러져 있었다고 한다. 학교 측에 따르면, 이 교사는 40대 정규직 교사로 돌봄 수업을 담당한 교사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가 우울증 등으로 휴직했다가 작년 말 복직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된 뒤 경찰에 “내가 흉기를 휘둘렀다”고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고에서는 흉기인 칼도 발견됐다고 한다.
경찰은 B씨가 A양을 살해한 뒤 자해한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살인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시청각실에는 방범 카메라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목격자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교사가 여덟살 아이를…
A양의 가족들은 이날 A양이 연락이 닿지 않자 학교와 학교 주변을 찾아다니다 오후 5시 18분쯤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밤 대전 건양대병원 응급실에서 만난 A양 가족들은 황망한 모습이었다. 취재진의 질문에 “믿을 수 없다” “이게 말이 되느냐”는 말만 되풀이했다.
일부 가족은 학교 측 관계자들에게 “애 하나 지키지 못했는데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A양의 한 가족은 “이날은 아이가 돌봄 수업을 마친 뒤 학원 차를 타고 미술 학원에 가는 날”이라며 “탑승 장소에 아이가 안 나왔다는 연락을 받고 온 가족이 찾아 나섰다”고 말했다.
평소 같으면 오후 4시 40분까지 돌봄 수업을 듣고 학원 차에 올랐어야 했다.
살인 사건이 발생한 시청각실 창고 문을 처음 연 건 경찰과 함께 A양을 찾아 나선 A양의 친할머니였다고 한다. A양의 친할머니는 “시청각실 창고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깜깜한 장소에 어떤 성인 여성(B씨)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고, 주변에 손녀의 가방과 물통이 있었다”면서 “바닥에 피가 흥건했다”고 말했다.
당시 A양의 친할머니는 B씨에게 “우리 애 어디 있냐”고 물었지만 B씨는 “없어요. 몰라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경찰과 가족들이 시청각실로 몰려오는 사이 B씨는 창고 문을 잠갔고, 경찰이 문을 부수고 들어가 A양과 B씨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의 아버지는 “아이가 왼쪽 얼굴, 어깨 등을 흉기에 수차례 찔렸다”고 했다.
경찰은 B씨가 왜 A양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는지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수술을 마치고 건강을 회복하는 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확인할 방침”이라고 했다.
대전교육청은 사건이 벌어진 해당 초등학교에 대해 긴급 휴업을 결정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학교 교육 시스템의 문제다”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아이를 보호해야 할 교사가 아이를 살해한 것이 믿기지 않는다” 같은 반응이 나왔다.
과거 학교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은 대부분 교사나 학생끼리 다툼 과정에서 발생했다. 2008년 충남 천안의 한 중학교 행정실에서 교직원이 평소 자신을 무시하고 괴롭힌다는 이유로 상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적이 있다. 2002년 4월에는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3학년 학생이 자신을 때린 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