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게 피살된 초등학생의 부모가 휴대전화 앱을 통해 자녀의 위치를 찾아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 ‘자녀 보호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일부 앱은 위치 추적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주변 소리를 듣는 기능이 있어 교사들 사이에선 교권 침해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5시18분쯤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 1학년생인 A양이 돌봄 후 연락되지 않는다는 가족의 실종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이에 경찰은 A양의 휴대전화로 위치를 추적해 A양의 친할머니와 함께 해당 학교에 대한 수색을 벌였다. 이후 경찰은 돌봄교실 옆 2층 시청각실 안 장비실에 A양과 40대 교사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A양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도착해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10일 오후 6시40분쯤 사망 판정을 받았다.
A양의 아버지 B씨는 숨진 자녀의 휴대전화에 보호 앱이 깔려 있었고 전화를 걸지 않아도 실시간으로 휴대전화 주위에 있는 소리를 다 들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B씨는 딸을 찾기 시작했던 오후 4시 50분쯤부터 아이를 찾을 때까지 모든 소리를 들었다면서 “이미 아이 목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고 늙은 여자의 달리기 한 것 같은 숨이 휙휙 거리는 소리와 서랍을 여닫는 소리, 가방 지퍼를 여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고 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녀 보호 앱이 주목받고 있다. 11일 오후 기준 아이 위치 추적이 가능한 ‘Findmykids: 아이 위치 추적기’ ‘아이쉐어링’ 등이 실시간 앱 인기 다운로드 순위에 올랐다. 맘 카페에도 “아이에게 공신폰(통화·문자만 가능한 핸드폰) 사주려고 했는데 이번 일을 보니 스마트폰을 사줘야 할 것 같다” “아이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 “그동안 위치 추적앱만 사용했는데 연락 두절될 땐 아이 안전을 확인하기 위한 최후 수단으로 주변 소리 듣는 기능도 필요해 보인다. 추천해달라” 등 유사한 앱을 문의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반면 초등교사들 사이에선 교권 침해가 걱정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날 초등교사 교사만 가입할 수 있는 커뮤니티에는 “등교하면 휴대전화를 다 끄게 해야겠다” “교실이 도청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수업해야겠다” “불법 도감청 조장하는 앱은 금지시켜야 한다” “사물함에 넣어놔도 교실 소리 다 듣는다는 괴물 같은 앱이라고 한다”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교실 녹취 논란’은 2022년 웹툰 작가 주호민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아들의 특수교사를 고소하면서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주씨의 아내는 아들이 불안증세를 보이자 외투에 녹음기를 넣어 학교에 보냈고, 녹음기에는 교사가 주씨 아들에게 “버릇이 고약하다. 너를 얘기하는 거야”, “아유 싫어. 싫어 죽겠어. 너 싫다고. 정말 싫어” 등의 내용이 담겼다. 주씨는 아동학대 혐의 등으로 해당 교사를 고소했고 같은 해 12월 검찰이 교사를 기소했다.
1심 법원은 이 특수교사에게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1심 법원은 문제가 된 녹취록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한 것이라 위법수집 증거에 해당한다면서도 아이가 자폐성 장애인인 점 등 사건의 예외성을 고려해 증거 능력을 인정하고 유죄 판단을 내렸다.
특수교사는 항소했고 교원단체가 탄원서를 제출했다. 교총은 “교실 내 몰래 녹음 인정은 교실을 불신과 감시의 장으로 전락시키고, 그 피해는 결국 아이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대전경찰청은 A양을 살해한 교사를 살인 혐의로 입건했다. 해당 교사는 목과 팔 등을 다쳤으나 의식이 있는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기 전 범행을 시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