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한복 정장을 디자인해 이름을 알린 디자이너 김리을(본명 김종원‧32)씨가 사망했다.
12일 전북 남원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쯤 남원의 한 아파트 화단에 사람이 떨어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인근에서 숨진 채 쓰러져 있던 김씨를 발견했다.
남원은 김씨의 부모가 거주하던 곳으로, 당시 그는 부모가 살던 아파트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주변인들을 대상으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김씨는 2016년 한복 원단으로 만든 현대적인 정장을 처음 선보이면서 한복 정장 브랜드 ‘리을(RIEUL)’을 만들어 운영했다. 뉴발란스, 맥라렌, 삼성 갤럭시 S21, 문화재청 등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 및 정부 기관과 협업하며 한복의 현대화와 세계화를 이끌어왔다.
특히 2020년 9월 BTS가 미국 NBC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지미 팰런쇼)’에 출연했을 당시 경복궁 근정전 앞마당에서 펼친 ‘IDOL(아이돌)’ 무대 의상을 디자인해 명성을 얻었다. 해당 영상은 유튜브에서 수천만 조회 수를 기록했고, 김씨의 한복 정장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고인은 독창성과 영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에 선정됐다. 같은 해 11월 열린 한 포럼에서 김씨는 “한국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물으면 자신 있게 ‘리을’이라고 말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며 “’내 생각을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한다’가 철학이다. (리을이) 자기 생각을 표현하며 사는 사람들이 입는 브랜드이자, 한국의 명품 브랜드라고 생각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씨의 개인 소셜미디어에는 지난달 9일 “1993-2025”라는 글과 함께 ‘RIEUL’ 브랜드명이 적힌 사진이 마지막으로 게시됐다. 해당 게시물에 지인들은 “믿기지 않는다” “이건 말이 안 된다” “우리 며칠 후에 만나기로 했잖아요” 등 갑작스러운 고인의 부고에 놀라면서도 “명복을 빈다”며 그를 추모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 · 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