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막이 명태 인형을 현관문에 걸어놓은 모습. /독자 제공

취업 준비생 김모(25)씨는 새해를 맞아 최근 ‘행운 부적’을 샀다. 무속인들이 써준 부적이 아니다. 신용카드 크기만 한 이 부적에는 “가만히 있어도 돈이 달라붙는 부적”이란 문구와 함께 온몸에 돈이 붙은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붉은색 글귀를 적는 부적이 귀여운 캐릭터 모양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김씨는 늘 행운 부적을 다이어리에 넣고 다닌다고 한다. 김씨는 “취업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할 때마다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아이템을 수소문해 모으고 있다”며 “불안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진정돼 만족한다”고 했다.

행운을 가져다주거나 액운을 막아준다고 여겨지는 물품들이 MZ세대(1980년대 초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행운의 상징으로 잘 알려진 네잎클로버뿐 아니라 캐릭터가 그려진 부적, 액막이 명태 인형 등이 대표적이다. 가구 유통 플랫폼 ‘오늘의집’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부터 한 달간 ‘액막이 명태’ 키워드 검색량은 1만4000건 이상이라고 한다. 2023년 동 기간 대비 36% 이상 증가한 수치다.

대표적으로 액막이 명태 인형은 지난 9일 기준 카카오톡 선물하기 리빙 부문에서 3위를 차지했다. 성인 손바닥만 한 크기의 명태 인형은 ‘취업운 명태’ ‘애정운 명태’ ‘재물운 명태’ ‘귀인운 명태’ 등 목적에 따라 줄무늬 색이 다른 게 특징이다. 학생 최모(23)씨는 “가족이 복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가족에게 액막이 명태를 선물했다”고 말했다.

네잎클로버를 파는 노점상은 홍대입구역, 혜화역 등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네잎클로버를 코팅한 뒤 한 개당 2000~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취업 준비생 남모(26)씨는 최종 면접을 앞두고 성수동의 한 노점상에서 네잎클로버를 3개 샀다. 남씨는 “나머지 두 개는 취업 준비를 함께한 친구들에게 선물했다”며 “나는 비록 떨어졌지만, 행운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네잎클로버를 들고 다닌다”고 했다.

홍대입구역 8번출구 앞 노점상에서 구매한 네잎클로버. /독자 제공

전문가들은 최근 행운 소품들이 유행하는 이유를 두고 “비상계엄이 겹치는 등 뒤숭숭한 사회 분위기에 불안을 느끼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자신들의 불안함을 부적 등 기복 신앙의 뜻을 지닌 물건을 통해 투영하는 행태”라며 “부적과 액막이라는 오래된 문화에 귀여운 캐릭터나 디자인적 요소가 접목되며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