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배우 김새론./인스타그램

배우 김새론(25)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생전 고인을 향했던 지나친 비난 여론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유명 정신의학과 교수는 “사회가 오징어게임 같다”고 지적했다.

나종호 미국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조교수는 1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음주 운전은 아주 큰 잘못이다. 만약 처벌이 약하다면 법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그런데 잘못을 했다고 해서 재기의 기회도 없이 사람을 사회에서 매장시키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실수하거나 낙오된 사람을 버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흡사 거대한 ‘오징어 게임’ 같다”고 했다.

나 교수는 “김새론 배우의 죽음은 벼랑 끝에 내몰린 죽음이란 생각이 너무 강하게 든다”며 “기사뿐 아니라 (김 배우가) 일한 카페까지 온갖 악플에 시달리는 걸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얼마나 많은 생명을 잃어야 숨 쉴 틈도 없이 파괴적 수치심을 부여하는 것을 멈출까”라며 “(이에 대한) 사회적 대화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끝으로 나 교수는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나 교수는 2023년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이력이 있는 정신과 전문의로 지난해 ‘만일 내가 그때 내 말을 들어줬더라면’이라는 저서를 냈다.

앞서 가수 미교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사람이 죽어야 악플러들 손이 멈춘다”며 “악플러들은 본인이 악플을 달고 있다는 것조차 모를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새론의 팬들도 추모 성명문을 통해 생전 고인을 향한 비난 여론을 언급했다. 디시인사이드 여자연예인 갤러리는 성명문에서 “김새론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며 다시 일어서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과정에서 그가 감당해야 했던 비난과 여론의 외면은 인간적인 한계를 넘는 것이었다”며 “연예인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이중적 현실에 대해 깊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근거 없는 비난과 조롱, 악의적인 댓글은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 있다”고 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지난 16일 오후 4시 54분쯤 김새론이 자택에서 숨졌다는 신고를 접수한 뒤 출동해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김새론은 2009년 영화 ‘여행자’로 아역 배우를 시작, 2010년 영화 ‘아저씨’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그 뒤로도 영화와 드라마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활발하게 연기 활동을 해오던 김새론은 2022년 5월 음주 운전을 하다 가드레일과 변압기를 들이받아 경찰에 적발됐다.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은 김새론은 연기 활동을 멈추고 자숙의 시간을 보냈다.

재판에서 생활고를 호소했던 김새론은 자숙 기간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일하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연극 ‘동치미’를 통해 복귀를 타진했으나 비난 여론에 부딪혀 자진 하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