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숙박업소에 함께 투숙했던 50대 여성을 성폭행하기 위해 수면제를 과다 복용시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이 2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3부(부장판사 황진구·지영난·권혁중)는 19일 강간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조모(76)씨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25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의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조씨는 작년 3월 29일부터 4월 3일까지 노숙인 A(58)씨와 서울 영등포구의 한 숙박업소에 함께 투숙하며 5차례에 걸쳐 수면제를 몰래 먹인 뒤 성폭행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조씨가 A씨에게 먹인 수면제는 36~42정으로 최대 2주 치 복용량이다.

조씨는 추가 성관계를 위해 A씨에게 계속해서 수면제를 먹였는데, A씨는 이 과정에서 의식을 잃고 폐혈전색전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는 A씨가 허공에 헛손질하며 횡설수설하거나 물도 제대로 넘기지 못하는 등의 증세를 보였는데도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성폭행을 위해 추가 수면제를 먹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같은 해 2월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A씨에게 수면제를 먹여 성폭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작년 4월 3일 객실에서 숨진 채로 모텔 주인에게 발견됐다. 경찰은 도주한 조씨를 이튿날 충북 청주에서 검거했다. 이후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그를 구속 기소했다.

1심은 “오로지 자신의 성욕을 위해 피해자가 심각한 건강 악화 상태에 빠졌음에도 수면제를 계속 복용시켜 성폭행했다. 피고인에 의한 범행은 반인륜적이고 재범 가능성도 높다”며 A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피고인과 검찰 측은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강간죄만 해도 무거운데 더 나아가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극단적 결과에 이른 중대한 범행”이라며 “그 후 도주하거나 범행을 은폐하려고 한 정황을 봐도 죄질과 죄책이 무거워 피고인은 자기 행위에 상응하는 엄한 처벌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이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살인을 미리 준비한 것은 아니라고 하는 점, 살인 고의가 인정되지만 확정적 고의를 갖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다소 유리하게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며 “원심의 양형이 적정하다고 판단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