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방법원 난동 당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에 난입해 판사실을 무단으로 수색하고, 라이터 기름을 사용해 방화를 시도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법원 내부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기 위해 출입문을 부수며 법원을 돌아다녔다. 일부는 법원 당직실의 CCTV 모니터를 뜯어내거나, 출입문 도어록 등을 파손했다. 평화 시위를 요청하는 경찰관을 조롱하며 폭행한 정황도 나타났다.
20일 본지가 확보한 서부지법 폭력 행위 가담자 63명의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이 중 법원 경내에 진입한(특수건조물침입 혐의) 49명은 지난달 19일 오전 3시경 법원 후문을 강제로 개방하고 난입했다. 이들은 법원 기물을 파손하며 폭력을 행사하는 한편, 라이터 기름을 사용한 방화 시도까지 감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서 라이터 기름 2통 구매하고 방화 시도
이른바 ‘투블럭남’이라고 불린 10대 남성 A군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경찰관과의 충돌을 유도한 정황도 보였다. 법원 경내에 들어간 A군은 다수의 난동자에게 ‘경찰관을 향해 다가가자’는 취지의 손짓을 한 뒤 경찰관들을 밀친 것으로 조사됐다.
A군은 판사실이 있는 법원 7층까지 들어갔다가 나온 뒤, 새벽 3시 46분경 인근 법원 후문 옆 편의점에서 라이터 기름 2통을 구입했다. 그 이후 법원 경내에 다시 들어간 후에, 라이터 기름 1통의 구멍을 뚫어 또 다른 난입자에게 건넸다. 본관 건물 쪽 1층 깨진 창문을 통해 건물 안쪽으로 기름을 뿌리도록 한 뒤, 라이터로 종이에 불을 붙인 다음 건물 안쪽에 던졌다. 검찰은 공소장에 다만 “불이 기름으로 옮겨붙지 않아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며 “불을 놓아 사람이 있는 건물을 불에 태우려다 미수에 그쳤다”고 적었다.
◇“XX, 문 이거 다 부숴야 하는 거 아냐”
공소장에 따르면, 난입한 피고인들은 흥분한 상태에서 7층까지 올라가 “XX, 문을 다 부숴야 하는 거 아니야” “여기 판사실인데 있을 것 같은데” “저 안에 숨었을 수도 있지” 등의 대화를 주고받으며 판사를 찾기 위해 법원을 돌아다녔다.
특히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 특임 전도사로 알려진 40대 이모씨는 판사실을 “문 발로 차버리지”라고 말하며 직접 문을 발로 차 출입문을 훼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출입문 상단에 설치된 전기자석 도어록이 부서졌다.
피고인 중 일부는 법원 당직실의 CCTV 모니터를 양손으로 뜯어내거나, 당직실에 있던 전자레인지를 들고 나와 1층 출입문을 향해 던지는 등 과격한 행동을 보인 것으로도 나타났다.
◇경찰에 “너희들은 개야” 폭언후 폭행
경찰관을 폭행하고 조롱한 피고인도 있었다. 일부 난동자는 경찰관들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거나 손에 들고 있던 경광봉 등 물건을 집어 던지기도 했다. 경찰관이 평화시위를 촉구하자 “야, 너희들은 개야, 짖으라면 짖고 물라면 무는 개”라고 말하며 얼굴 부위를 가격한 혐의 등도 공소장에 적시됐다.
서부지법 사건으로 기소된 63명의 첫 재판은 오는 3월 10일부터 시작된다. 피고인 수가 많아 공판이 같은 달 17일, 19일 등 세 차례에 걸쳐 나눠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