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로 접근해 한국인에게 마약을 은닉한 초콜릿이나 가방을 선물하는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 수법으로 한국인을 속여 마약 운반책으로 이용한 나이지리아 마약 조직 총책이 국가정보원과 현지 당국의 공조로 검거됐다.
국정원 국제범죄정보센터(TCIC)는 나이지리아 마약법집행청과 공조해 국제 마약 조직 총책 K·제프(59)를 지난 13일 나이지리아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20일 밝혔다.
국정원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에 기반을 둔 K·제프의 조직은 동남아, 아프리카, 북미, 유럽 등에 거점을 마련한 신흥 마약 조직이다.
이 조직은 소셜미디어로 접근해 피해자에게 연인처럼 구는 등 신뢰를 형성한 뒤 마약 운반책으로 활용하는 수법을 즐겨 썼다.
피해자들은 ‘연인 관계’ ‘투자 기회’ 같은 거짓말에 속아 해외로 유인됐다. 이후 ‘선물 대리 전달’ 등 부탁을 받고 마약이 은닉된 백팩, 여행 가방, 초콜릿, 향신료 등을 다른 국가로 운반했다.
작년에는 한국인 50대 여성이 이 조직의 금융 사기 수법에 속아 브라질로 출국, 코카인이 숨겨진 제모용 왁스를 받아 한국을 경유해 캄보디아로 가려다 적발됐다고 국정원은 전했다.
이 여성을 포함해 현재까지 확인된 운반책 피해자가 여러 국적에 걸쳐 1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 조직은 한국으로 마약을 들여오기 위해 국제기구 요원, 정부기관 직원, 변호사로 사칭해 한국에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외국인에게도 접근했다.
이번에 검거된 총책은 지난 2007년 한국에서 마약 유통을 주도한 혐의로 검거돼 징역 1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08년 추방됐다. 이후 나이지리아에 은신하며 북중미와 동남아 등에서 마약을 조달해 한국을 포함한 각지로 밀수출했다.
K·제프 조직은 한국 수사 당국이 2021년 가나에서 들여온 마약을 유통하려던 국내 체류 나이지리아인 조직을 적발하면서 꼬리가 잡혔다.
국정원은 현재까지 총 7차례에 걸쳐 이들 조직이 유통하려던 메스암페타민 28.4kg, 대마 17.2kg 등 총 45.6kg의 마약(시가 972억원 상당)을 압수했고, 총책 포함 조직원 37명을 검거했다.
국정원은 K·제프의 은신처 등 핵심 정보를 나이지리아 당국에 제공했고 함께 마약 조직의 본거지를 급습했다.
국정원은 “이번 검거는 국제 마약 범죄 카르텔의 실체를 확인하고 해당 네트워크를 와해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국정원은 앞으로도 해외 협력을 강화, 마약으로부터 우리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미국 정부의 마약 단속 강화로 판로가 막힌 북미 마약 조직이 우리나라 등 아ㆍ태 지역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며 ①마약 범죄 관련 정보 습득 시 국정원(국번 없이 111) 등 수사기관에 신고 ②온라인에서 만난 사람의 요구에 의한 해외 출국 자제 ③해외에서 물품 운반 요청 거절 등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