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문화재 보존 등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용적률을 다른 곳에 넘겨줄 수 있게 하는 ‘용적이양제’ 도입을 본격 추진한다고 23일 밝혔다. 올 상반기 조례를 입법예고하고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하는 게 목표다.
용적이양제는 문화재 때문에 고도규제가 있는 지역의 용적률을 다른 곳에 팔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용적률이 1000%인 풍납동 상업지역이 문화재인 풍납토성으로 인한 고도규제 때문에 용적률을 400%밖에 못 쓴다면, 나머지 600%는 다른 재개발 지역에 팔 수 있게 된다.
용적이양제는 미국 뉴욕, 일본 도쿄 등 해외 도시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는 법체계가 달라 적용이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많았다.
이에 서울시는 도시계획, 법률 등 전문가 자문과 연구를 거쳐 ‘서울형 용적이양제’ 개념을 새롭게 규정하고 국내 적용 가능한 실행모델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계획을 세우고 있는 강동구 ‘굽은다리역세권 활성화’ 사업에 건축법상 ‘결합건축’ 제도를 활용해 용적이양 과정에 대한 실험을 하고 있으며, 결과물을 토대로 실행모델을 완성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제도 도입 초기인 점을 고려해 문화유산 주변 지역과 장애물 표면 제한구역 등 장기적으로도 규제 완화가 어려운 곳 위주로 양도지역을 선정할 계획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풍납토성, 북촌한옥마을(계동), 경복궁 주변(효자동) 등이 대상 지역으로 거론된다. 여기에서 남는 용적률을 ‘어디에’ 파느냐를 선정하는 작업이 핵심이다.
용적이양제는 지난달 14일 시민 대토론회에서도 제안이 나왔었다. 뉴욕, 도쿄 등의 용적이양제를 우리도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실제 뉴욕의 원 밴더빌트는 용적이양제를 통해 인근 그랜드센트럴터미널·바워리세이빙 빌딩의 용적률을 이전받아 초고층 빌딩(93층·용적률 약 3000%)으로 개발됐다. 도쿄의 신마루노우치빌딩(38층·용적률 약 1760%)과 그랑도쿄(43층·용적률 약 1천00%) 등 6개 빌딩도 문화재로 지정된 도쿄역의 용적률을 사들여 고층으로 올렸다.
서울시는 서울형 용적이양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합리적인 실행모델을 모색하기 위해 25일 오후 2시 서울시청 서소문청사에서 ‘공간의 혁신, 도시의 진화: 서울형 용적이양제’를 주제로 도시정책 콘퍼런스를 연다. 남진 서울시립대 교수가 ‘도시경쟁력 향상을 위한 용적이양제의 새로운 전략’, 김지엽 성균관대 교수가 ‘용적이양제 실현을 위한 법제도 도입 방안’을 주제로 각각 발제한다.
서울시 향후 지역주민 의사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서울형 용적이양 선도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선도지역으로 선정되면 민간-공공 협력체계를 구축해 용적이양 추진 전 과정을 시가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서울시는 “선도사업을 통해 각종 세부 운영기준을 마련하고 향후 제도 안정화를 위한 법령 개정 건의도 병행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