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금은방에서 직원이 금반지를 살펴보고 있다. 최근 금값이 치솟으면서 돌반지나 금니 등을 팔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뉴스1

경기 고양시에 사는 이모(65)씨는 지난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귀금속 거리를 찾아 10년 묵은 금니를 판매했다. 금니 5개 값으로 48만원을 받았다. 이씨는 “임플란트를 하며 빼놨던 크라운과 인레이를 집에 보관만 하다가, 요새 금값이 많이 올랐다길래 가격 잘 쳐준다는 곳을 찾아 일부러 서울까지 왔다”고 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한모(47)씨도 같은 날 약 60만원에 금니 11g을 팔았다. 한씨는 “그동안 금니가 헐값이라 따로 처분하지 않고 10년째 가지고만 있었다”며 “집에 두면 아무 쓸모도 없을 금니로 공돈 번 기분이 좋다”고 했다.

국제 금값이 연일 고공 행진하고 있다. 24일 기준 금 1돈(3.75g) 가격은 약 54만원으로, 1년 전에 비해 약 60% 상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본격화하면 물가가 치솟고 경기가 침체될 수 있다는 전망에 전통적인 안전 자산인 금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수명이 다한 금니가 큰돈이 되지 않을 것 같아 집 한구석에 두고 있다가 금값이 치솟은 김에 금은방으로 가지고 오는 시민이 많다. 치아 치료 후 이에 씌우는 ‘크라운’에는 45~75%, ‘인레이’에는 85%의 금이 함유돼 있다. 금니를 판매하면 금 함유량에 따라 1g당 6만원대 후반~10만원 대 초반을 받을 수 있다.

한 금니 매입 업체 관계자는 “금값과 판매 문의 건수가 비례하는데, 7년간 근무하며 경험한 것 중 이번 달이 가장 바쁘다”고 했다. 이 업체 온라인 사이트에 게시된 판매 신청 글은 23일까지 927개였다. 올해 1월(649개)과 작년 12월(639개) 한 달간 올라온 게시글 개수에 비해 50% 가까이 늘었다. 대구의 한 금은방 관계자는 “설 연휴 이후 금 매입 문의가 특히 늘었다”며 “돌반지를 팔러 오는 사람이 가장 많고, 최근엔 18K 공군 임관 반지를 팔고 싶다는 젊은 남성 손님도 봤다”고 했다. 종로의 한 금은방 관계자는 “골드바·치금·근속 기념 메달 등을 가져와 팔겠다며 시세를 문의하는 손님이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