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인천 서구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문모(12)양./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집에 혼자 있던 중 발생한 화재로 중태에 빠져,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 숨진 초등학생 문모(12)양의 빈소가 5일 오전 인천 서구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이날 오후 찾은 빈소는 문양의 부모를 포함한 유족과 지원에 나선 인천 서구 소속 공무원들이 조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조문을 위해 빈소를 찾은 문양의 친구들은 소리 내어 울며, 반려묘를 안은 채 미소를 짓고 있는 영정 속 문양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문양 친구 A(12)양의 언니는 “평소 (문양이) 우리 집에 자주 와 동생과 함께 놀았다”며 “불이 나 숨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이어 “키우던 고양이도 먼 길을 떠났다고 하는데, 그곳에서도 고양이와 함께 외롭지 않게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숨진 문양이 딸 친구여서 빈소를 찾게 됐다는 B씨는 “딸과 함께 조문을 했는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만 가득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9시 20분쯤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이재명 대표는 앞서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버지는 병원에, 어머니는 생계를 위해 일터에 간 사이 보호 받았어야 할 우리 아이가 사회안전망의 빈틈 사이로 떨어져 버렸다”며 “틈새 없이 두툼한 ‘사회안전 매트리스’로 소외된 국민을 지켜내자”고 썼다.

김교흥, 이용우, 모경종, 박주민 국회의원과 강범석 인천 서구청장 등 정치권 인사들도 빈소를 찾았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조문을 마친 뒤 “문양이 안타깝게 희생된 부분에 대해 유족께 위로를 드렸다”며 “방학 중에 (학교가)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해 필요한 제도를 만드는 등 학생들을 더욱 촘촘히 살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날 오전 문양에 대한 부검을 진행해 “화재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이 사인으로 추정된다”는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문양의 발인은 6일 오전 8시 엄수될 예정이다.

문양은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43분쯤 인천 서구 심곡동 빌라 4층 집에 혼자 있다 화재 사고로 얼굴 부위에 2도 화상을 입고, 연기를 마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당시 어머니는 일터에, 아버지는 투석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느라 집을 비웠다.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문양의 부모는 병원 측의 장기기증 안내를 받은 뒤 동의했고, 문양은 사고 닷새 만인 지난 3일 숨졌다. 문양의 어머니는 본지 통화에서 “평소 수의사가 되고 싶어 하던 사랑스럽고, 예쁘고, 착한 아이였다”며 “우리 딸이 좋은 일을 하고 떠난 착한 아이로 기억되면 좋겠다”고 했다.

문양 가구는 지난해 보건복지부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을 통해 5차례 위기 징후가 포착돼 지자체가 확인했으나, 당시 문양 가구는 기준 이상의 소득이 있어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문양의 가구를 돕겠다는 이웃들의 성금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 서구 등에 따르면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 지금까지 총 900만원의 후원금이 모였다.

서구는 문양 가정에 침구류와 전기밥솥 등 생활용품과 긴급생계비 154만원을 3개월간 지원하고, 겨울철 복지 사각지대 지원금 50만원도 지급한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인천본부도 3개월 간 문양 부모가 거주할 수 있도록 임시 거처를 마련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