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단체들이 교제 폭력에 시달리다 주택에 불을 질러 남자친구를 살해한 40대 여성에 대해 정당방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6일 여성·시민단체 등 34개 단체로 구성된 ‘군산 교제폭력 정당방위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전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는 불을 질러서라도 살아남아야 했던 교제 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를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피고인인)A씨는 5년이라는 교제 기간 동안 연인이었던 B(30대)씨에게 수없이 많은 물리적·정서적 폭력을 당해왔다. 23차례나 경찰에 신고했지만 보호받지 못했다”며 “A씨가 마땅히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면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서는 일도, 누군가의 생명이 꺼지는 일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대책위는 “우리는 재판을 받고 있는 그를 방화치사 범죄의 피고인이 아닌 교제 폭력 피해 속 자구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던 ‘생존자’이자 ‘피해자’로 인식할 것”이라며 “재판부는 교제 폭력 생존자의 방화를 정당방위로 인정하라”고 했다.
또 정부를 향해서는 “더 이상 교제폭력 피해자가 죽거나 죽이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법안을 제정하는 등 피해자 보호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사건의 피고인인 A씨는 지난해 5월 전북 군산시 한 주택에 불을 질러 술에 취해 잠든 남자친구 B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B씨와 교제하면서 폭력에 시달려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실제 B씨는 지난 2023년 특수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