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심각한 저출산 문제가 지속된다면 향후 60년간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OECD는 5일(현지시각) ‘한국의 태어나지 않은 미래: 저출산 추세의 이해’라는 제목의 책자에서 출산율 감소가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는 하지만, 한국의 경우 2023년 기준 합계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이 0.72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했다고 짚었다. OECD에서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다룬 정식 책자가 출간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출산율이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경우 한국의 인구는 향후 60년간 절반으로 줄고, 2082년에는 전체 인구의 약 58%가 65세 이상 노인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아울러 이 기간 노인 부양 비율(20~64세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현재 28%에서 155%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생산연령인구 1명이 노인 1.5명을 부양해야 하는 셈이다.
OECD는 우선 한국의 출산율이 특히 낮은 이유로 높은 사교육비 지출을 꼽았다. OECD는 “한국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며 이는 경제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과도해진 측면이 있다”며 “대학 학위가 최소 학력 요건이 됐고, 25~34세 연령층의 고등 교육 비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고 했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명문대를 졸업한 사람들은 높은 연봉을 받을 가능성이 더 높고, 명문대에 가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그 결과 한국은 OECD 국가 중 취업에 필요한 자격 요건을 초과하는 이들의 비율이 가장 높고, 실제 업무에 부합하지 않는 자격을 가진 근로자의 비율도 50%에 달해 OECD 최고 수준이다.
많은 한국의 학부모들이 소득의 상당 부분을 사교육에 할당하고 있다. 자녀가 많을수록 더 많은 소득이 필요하게 되므로 출산율이 최저치를 기록하게 됐다고 OECD는 진단했다.
아울러 장시간 근무 문화, 근무 시간‧장소의 유연성이 부족해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점도 출산율 하락의 원인이다. OECD는 “많은 한국 여성은 경력을 포기하고 가족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며 “남성들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로 인해 “남녀 모두의 행복과 가족 소득이 감소한다”고 지적했다.
◇일과 돌봄 양립 가능한 업무 문화 만들어야
OECD는 한국의 출산율 하락을 막기 위해선 국가 차원의 보육 서비스가 발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방과 후 서비스 제공, 부모의 유연한 근무, 보육 기관의 긴 시간 운영 등 양질의 보육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늘려야 어린 자녀를 둔 부모가 둘째 아이를 가질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OECD는 “육아 휴직에서 복귀한 후에도 장시간 근무와 근로자가 전적으로 헌신해야 하는 노동 문화에서는 어머니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자격이 제한되어 있고 활용률도 낮은 유급 육아휴직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OECD는 “출산율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육아휴직 정책의 중요성이 강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출산 관련 예산에서 가장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예산의 가장 큰 비중은 주택에 할당되었는데, 이는 육아휴직 정책보다 훨씬 덜 직접적인 방식으로 출산율을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짚었다.
실질적인 근무 수명을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2023년 한국 통계청에서 55~79세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70%가 계속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으나 이들의 주요 경력 평균 은퇴 연령은 52.7세에 불과했다.
OECD는 외국인 노동력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숙련 노동자를 받아들이기 위해 다양한 비자 장벽을 제거하고, 저숙련 노동자에 대한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OECD는 이런 식으로 근무 연령과 이민을 늘리고, 합계 출산율을 1.1명으로 끌어올릴 경우 207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이 12%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