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인용한 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 윤대통령 지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라는 법원 결정 소식이 전해진 7일 오후, 윤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구치소와 서울 한남동 관저 일대에는 윤 대통령 지지자 1600여 명이 삽시간에 모여들었다. 이들은 “대통령님 돌아오신다” “사필귀정이다” “탄핵도 기각시키라”라며 법원 결정을 환영했다.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시민들도 구치소와 관저에 속속 집합해 윤 대통령 체포 취소를 결정한 법원을 향해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경찰은 양측의 충돌 상황을 대비해 서울구치소와 한남동 관저에 총 기동대 25개 중대, 1500명의 경력을 긴급 투입했다.

서울구치소 앞은 오후 1시 57분쯤 서울중앙지법의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그의 지지자들이 차례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30여 분 만에 100여 명의 인파가 운집했고 오후 4시 한때 700명까지 불어났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손에 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서울구치소 정문 앞 차로를 점거하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 “대한민국 만세” 같은 구호를 연호했다. 구치소 삼거리까지 윤 대통령의 석방 모습을 보겠다는 지지자들로 가득 찼다. 이들은 법무부 호송 차량이 구치소 문을 드나들 때마다 “와” 하며 소리를 질렀다.

법원이 내란 수괴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인용한 7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지재호(67·서울 금천구)씨는 “윤 대통령이 석방됐다는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왔다. 구치소에서 윤 대통령이 고생을 많이 했는데, 나온다는 소식을 들으니까 눈물이 난다”라고 말했다. 경기 안양시에 사는 박모(65)씨와 권모(65)씨는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구속 취소 소식을 듣자마자 택시를 잡아 타고 서울구치소로 왔다”며 “구속 기간 중 마음을 많이 쓰셨을 것 같은데 윤 대통령이 힘을 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경기 수원에서 온 전모(37)씨는 “윤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나올 때까지 자리를 지키겠다”라고 했다.

조배숙·박대출·이철규 의원 등 일부 국민의힘 의원도 윤 대통령을 마중하기 위해 서울구치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찾았던 국민의힘 의원 45명은 이날 단체 대화방에서 구치소 방문 여부를 논의한 뒤 ‘각자 판단에 따라 개별 방문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윤 대통령 한남동 관저에도 지지자들이 집결했다. 오후 3시쯤부터는 관저 앞 3개 차로와 인도에 윤 대통령 지지자가 가득 들어차기 시작했다. 오후 8시쯤에는 900명 가까운 인파가 모였다.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도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소식이 알려지자 “관저 앞에서 모이자”며 이곳으로 옮겨왔다. 이들은 ‘대통령 즉각 복귀’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대통령은 우리가 지킨다” “영웅이 돌아오신다” “우리가 이겼다”고 소리쳤다.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인용한 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 윤대통령 지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용산구 주민 최태선(70)씨는 “대통령 구속 취소 소식을 듣고 관저 앞으로 달려왔다”며 “법원이 정치적 압박이 있었을 텐데 아주 어려운 판단을 내렸다”고 했다. 영등포구 주민 박태환(31)씨는 “오늘 너무 기분이 좋다. 오늘은 축제 날”이라고 했다. 최옥산(80)씨는 “대통령이 석방된다는 소식에 환영식을 하러 왔다”며 “대통령이 고생하는 걸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팠는데, 너무 기쁘다”고 했다. 국민의힘 ‘탄핵 반대 당협위원장 모임’(탄반모) 80명도 관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뒤늦은 정의 실현이지만 크게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탄핵 찬성 시위대도 서울구치소와 관저 인근으로 집결했다. 오후 4시쯤 관저 인근 루터교회 앞에서 대학생 30여 명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내란 수괴 윤석열을 구속하라” “내란 공범 중앙지법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홍예린(24)씨는 “윤석열 석방은 내란을 부추기는 짓”이라며 “내란 옹호 세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지켜본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는 고함을 치며 항의하기도 했다. 서울구치소에서는 반윤(反尹) 시위대 한 명이 스피커를 가져와 “윤 대통령을 파면하라”고 외치면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과 충돌할 뻔한 상황도 연출됐다.

탄핵 찬반 양측이 물리적으로 부딪히는 상황을 막기 위해 서울구치소에는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기동대 7개 부대, 경력 420명이 배치됐다. 서울경찰청은 기존 8개 부대(약 480명)가 경비하던 한남동 관저에 기동대 10개 부대를 증원해 총 18개 부대, 경력 약 1080명을 투입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의 항고 여부에 따라 경력 증원을 검토 중”이라며 “윤 대통령이 석방되면 경호 수준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경력을 투입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