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린 사랑제일교회 연합 예배에서 참가자들이 예배를 보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8일과 그 이튿날인 9일 서울 시내는 시위대로 뒤덮였다.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거리의 여론전이 ‘최후의 결전’ 수준으로 고조되고 있다.

윤 대통령 석방 이틀째인 9일 오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기존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예정된 ‘전국 주일 예배’를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으로 옮겨 진행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열린 전 목사 주도의 탄핵 반대 집회는 오후 1시까지 이어졌고 경찰 비공식 추산 5000여 명의 지지자가 몰렸다. 이들은 볼보빌딩~한남아크빌 약 700m 구간의 상행선 4차로를 점거하고 집회를 이어갔다.

이날 오전 관저 앞에 모인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두 손을 머리 위로 흔들면서 “할렐루야”를 외치며 예배를 했다. 일부 지지자는 두 손을 부르르 떨며 울먹이기도 했다. 이들은 ‘주사파 척결’ ‘STOP THE STEAL’ ‘4대4 탄핵 기각’ ‘매국 정치판사 좌빨 헌법재판소’ ‘사기 탄핵 불법 수사’ 등이 적힌 피켓과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채 집회에 참석했다. 무대에 오른 전 목사는 “이렇게 많이 모여 예배를 드리는데 주님이 당연히 우리 마음을 받아줄 것”이라며 “안 받아주면 주님도 양심불량”이라고 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석방되며 탄핵 재판을 하나 마나가 됐다. 끝났다”며 “만약 헌법재판소가 딴짓을 했다? 국민저항권을 발동해 한 칼에 날려버리겠다”고 했다.

전 목사는 “윤 대통령은 이승만·박정희를 잇는 최고의 대통령”이라고도 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탄핵 인용과 조기 대선은 헛된 꿈”이라며 “탄핵 심판 기각·각하를 위해 끝까지 기도해달라”고 했다.

그간 광화문, 한남동, 서울구치소 등 반탄 집회에 20번 넘게 참가했다는 서울 종로구 의사 김모(56)씨는 “반국가 세력이 아무리 없는 죄를 만들려 해도 결국 진실은 승리한다는 걸 느꼈다”며 “하나님이 도와 결국 (탄핵 심판에서도) 대통령께서 죄가 없다는 걸 인정받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노원구에서 온 우우영(71)씨도 “그간 나라꼴을 보며 울분이 터졌는데, 이번 석방을 계기로 탄핵도 안 될 것이고 (대통령이) 더욱 잘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경기 일산에서 남편과 함께 온 임정아(54)씨는 “석방 소식을 들었을 때 남편과 얼싸안고 함께 울었다”며 “윤 대통령은 최고의 애국자이자 정말 정치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1시쯤 전 목사의 집회가 끝나자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의 집회가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오동운을 체포하라” “사기 탄핵 들통났다” “민주당을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거리에서 열린 야5당 공동 윤석열 파면 촉구 2차 범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뉴스1

한편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 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심우정 검찰총장은 수사팀의 반발에도 항고를 포기하고 윤석열을 석방했다”며 “스스로 내란 공범임을 자인한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방문해 심 총장 등을 고발했다. 오후 7시쯤엔 광화문에서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를 본격 진행하는데 신고 인원만 10만명이다.

윤 대통령 석방이 결정된 전날(8일)엔 도심 분위기가 엇갈렸다. 한남동 관저 앞, 기독교 집회가 열린 광화문과 여의도 앞에선 친윤 지지자들이 만세삼창을 외쳤고, 탄핵 촉구 측은 “검찰도 공범” “심우정 사퇴”를 외쳤다.

8일 오후 5시 20분쯤 법원이 내린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 검찰이 즉시 항고를 포기하자 한남동 관저 앞에 모인 700여 명의 지지자는 “고생하셨습니다” “다행이다”를 외치며 태극기를 흔들었다. 석방된 윤 대통령이 차량에서 내려 인사하자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 앞에 모여 있던 500여 명의 지지자는 크게 환호했다. 광화문과 여의도의 반탄 집회 참가자들은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린 지귀연 판사의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이날 광화문 일대의 자유통일당 반탄 집회엔 최대 4만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모였고, 여의대로의 세이브코리아 반탄 집회엔 최대 1만5000여 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모였다. 이 외에도 자유대한호국단은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앞에서 윤 대통령 석방과 공소 기각을 촉구했고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도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였다.

반면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과 광화문 광장 인근에 모인 탄핵 찬성 집회 측 참가자들은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 5당과 촛불행동은 헌법재판소 인근인 종로구 안국동사거리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종로구 동십자각 인근에서 집회를 개최했는데 각각 1만3000명과 1만8000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검찰도 공범이다. 심우정은 사퇴하라” “우리 힘으로 반드시 윤석열을 다시 감방에 넣자”고 했다. 이날 집회에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 기본소득당 용혜인·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 등이 참석했다.

양측은 이번 주 거리에서 총공세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비상행동은 윤 대통령 오는 15일까지 ‘즉각 파면 촉구 주간’을 선포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윤 대통령 탄핵 선고가 나기까지 매일 오후 7시 광화문 탄핵 집회에 합세하기로 했다.

오는 11일 오후 4~6시에는 보수 단체 ‘자유문화국민연합’이 안국역 4번 출구 앞에서 윤 대통령의 즉각 복귀를 촉구하는 탄핵 각하 촉구 집회를 연다. 이날 집회에는 윤상현 의원과 민경욱 전 의원, 이명규 변호사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13일 오후 2시엔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 각하를 촉구하는 국민모임’이 삭발식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