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뒤 장기기증으로 4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임봉혁(45)씨./한국장기조직기증원

퇴근길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 상태에 빠진 40대 가장이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영면에 들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28일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임봉혁(45)씨가 심장과 간장, 양쪽 신장을 기증해 4명을 살렸다고 11일 밝혔다. 또 피부와 뼈 등 인체 조직을 기증해 기능적인 장애가 있는 환자 100여 명의 회복을 도왔다.

캔버스 제작 회사에서 이사로 재직하던 임씨는 지난달 21일 퇴근하던 중 횡단보도에서 넘어진 뒤 차에 치였다. 임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뇌사 상태에 빠졌다. 임씨는 생전 ‘다른 생명을 살리는 장기 기증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고 한다. 고인의 뜻에 따라 유가족은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

임씨는 경기도 고양에서 2남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온화하고 주변 사람들을 살뜰히 챙기는 성격이었다. 좋아하는 음식이 앞에 있어도 남들이 잘 먹으면 젓가락을 느리게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그는 집에선 9살 딸과 잘 놀아주는 자상한 가장이자, 폐섬유화와 갑상선으로 몸이 편찮은 부모를 병원으로 모시고 다니는 효자였다.

의정부성모병원에선 기증자에게 감사함을 전하고자 울림길을 진행했다. 울림길은 기증자의 마지막 길에 의료진이 자발적으로 나와 존경과 감사의 마음으로 기증자를 추모하는 의식이다. 해외에서는 ‘아너 워크’(Honor Walk)라고 불린다.

이삼열 한국장기기증조직원 원장은 “기증자와 가족은 다른 이의 생명을 살리고 희망의 씨앗을 꽃피운 영웅”이라며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한 분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