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시즌을 맞은 대학가가 극단 유튜버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관련 집회를 촬영하겠다며 몰려오는 극단 유튜버가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폭언·욕설을 하거나 정치적 견해가 다른 시위대와 충돌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유튜버들 때문에 시끄러워서 공부를 할 수가 없다”며 “제발 나가달라”고 불편을 호소한다. 각 대학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6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총신대 정문 앞에서 탄핵 관련 시국 선언이 열리자 극단 유튜버 여러 명이 셀카봉에 휴대폰을 고정하고 유튜브 방송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경찰의 질서 유지선에 바짝 붙어 시국 선언을 하는 이들에게 “야 이 X 같은 XX들아”라며 욕설을 했다. 같은 날 숙명여대에서도 극단 유튜버들이 학생들의 시국 선언을 촬영하다가 “탄핵 무효”를 외치며 발언을 방해했다. 한 학생이 “아저씨 집에 가라”고 항의하자 “XX년이”라고 고함을 질렀다.
윤 대통령 탄핵을 두고 사회 갈등이 고조되면서 여러 대학 캠퍼스에 극단 유튜버들이 출몰하고 있다. 총신대(6일), 숙명여대(6일), 중앙대(3일), 경희대(1일), 한국외대(2월 28일), 전남대(2월 27일), 이화여대(2월 26일), 인하대(2월 26일), 부산대(2월 24일), 고려대(2월 21일), 서울대(2월 15·17일) 등에서 유튜버들이 학생들과 충돌을 빚었다. 캠퍼스 집회에 참석한 유튜버들은 화면에 자막으로 계좌 번호를 적어 놓거나 영상 설명문에서 후원을 유도하고 있었다.
극단 유튜버들이 유발하는 소음·고성·위협 등으로 학생들은 “불안하다” “공부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 정문 앞에선 빨간색 재킷을 입고 ‘조커’ 분장을 한 한 유튜버가 승합차에 설치된 확성기로 “빨갱이는 북으로” “찢재명”을 외쳤다. 고함과 사이렌 소리가 섞여 캠퍼스 내부 소음은 100데시벨을 넘었다. 지난달 27일 건국대에서는 한 유튜버가 발언하는 여학생에게 “최신 야동(음란물)이나 추천해 달라”며 성희롱성 발언을 했고, 지난달 26일 이화여대에서는 한 남성 유튜버가 여학생의 멱살을 잡기도 했다.
중앙대 재학생 조모(25)씨는 “광장에서도 견디기 힘든 저런 욕설과 소음을 왜 대학 캠퍼스에서까지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서울대 대학원생 김모(25)씨는 “유튜버들이 날뛸까 걱정돼 시국 선언을 한다는 건물 근처로는 밥도 먹으러 가지 않는다”고 했다. 신입생 조모(19)씨는 “외부인들이 대학과 무슨 관계가 있다고 여기서 이 난리인지 모르겠다”며 “다 조회 수와 광고 수익을 위해 저러는 것”이라고 했다. 대학원생 홍모(27)씨는 “당시 도서관에서 공부하는데 헤드폰을 껴도 외부 소음이 들려 공부 장소를 옮겨야 했다”고 했다.
대학 당국은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서울대는 학생들이 집회를 열기 전 본부에 신고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학교에는 외부인을 제압할 수 있는 공권력이 없다”며 “민주화 시대를 지나며 생긴 학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전통, 처벌 기관이 아닌 교육 기관이라는 정체성으로 인해 강력한 규제가 옳은지에 대한 지적도 있어 뾰족한 수를 내기 어렵다”고 했다. 서강대·숭실대·중앙대 등은 “충돌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학내 집회를 허가하지 않는 방법을 택했으나, 정문 앞에서 집회가 벌어지며 외부인으로 인한 재학생들의 피해는 여전했다.
경찰을 통한 제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튜버들은 자신이 취재 활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경찰의 통제를 잘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유튜버가 자신을 제지한 경찰을 신고하는 일도 벌어졌다. 중앙대에서 열린 집회에 참여한 30대 유튜버 A씨는 한 경찰이 자신을 폭행했다고 신고했다. 당시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과 대화하며 손짓하다가 A씨가 들고 있던 확성기를 건드렸는데, A씨는 그 과정에서 확성기에 입 부위를 맞아 다쳤다고 주장했다. 당시 목격자는 “입술 거스름 잘못 뜯으면 피가 나는 수준으로 큰 피해는 없어 보였다”고 했다.
구독자 약 5만명을 보유한 한 극우 유튜버는 지난 10일 경찰관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혐의 등으로 경찰에 입건됐다. 그는 지난달 17일 서울대에서 열린 탄핵 찬반 시국 선언 당시 경찰관을 밀치며 “야 이 XX놈아!” “개XX야!”라고 욕설을 했다. 이화여대와 숙명여대에서는 탄핵 찬성 측 학생들 가까이에 접근해 “빨갱이는 죽어도 돼!” “빨갱이는 꺼져라!”라고 고성을 질렀다. 차량에 불법 스피커를 설치, 소음을 유발시켜 집시법 위반 및 차량 불법 개조 혐의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