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노한동 전 서기관/조선DB

지난해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이라는 책을 내 공직사회의 무능을 폭로한 노한동(38) 작가가 12일 서울대 강연에서 “‘호지키스 행정’과 과도한 언론 대응 등으로 공직사회가 망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 작가는 이날 오후 5시 서울 관악구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에서 ‘한국 공직사회는 왜 그토록 무능해졌는가? 10년간 경험하고 관찰한 공직사회의 무능한 일상과 좌절에 관해’라는 강연을 진행했다. 노 작가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10년간 근무하다가 4급 서기관으로 승진한 직후 사표를 던져 화제가 됐다. 이후 책을 통해 공직 사회 내부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날 노 작가는 “중앙부처는 앞으로 한발 나아가기 위한 정책 수립을 위한 조직인데, 현상유지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현장은 살피지 않은 채 보기 예쁜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며 ‘호지키스 행정’에 대해 크게 지적했다.

또 노 작가는 공직자들이 형사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일을 하지 못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공직자의 권한은 없어지는데 책임은 높게 묻고 있다”며 “이로 인해 공직자들이 무력감에 빠지게 된다”고 했다. 특히 정치 양극화가 심해짐에 따라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주요 정책을 담당했다가 형사처벌을 받을 우려가 커지면서 공직자들이 처벌 면피에만 골몰하게 됐다는 것이다. 노 작가는 월성원전 자료 삭제 사건, TV조선 재승인 사건 등 주요 정책을 담당했다가 공직자들이 구속된 사건들을 예시로 들었다.

노 작가는 공직 사회가 무능해진 이유로 ‘과도한 언론 대응’을 꼽기도 했다. 언론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사건 발생 시 재빠르게 말장난에 불과한 졸속대책만 낸다는 것이다. 노 작가는 그 예로 최근 일어난 대전 초등생 살인사건에 대한 교육부의 대처를 들었다. 그는 “해당 사건은 문제 원인과 해결방안이 뚜렷하지 않은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에서 48시간만에 대책이, 일주일만에 종합대책이 나왔다”며 공직사회가 언론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즉문즉답식으로 졸속대책만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 작가는 공직사회에 대한 대통령실 권한이 너무 강한 점 또한 문제로 짚었다. 그는 “엄연히 임명된 장·차관에 권한이 부여돼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대통령실이 인사를 뒤집는 등 실권을 행사하니 공직자들은 눈치만 보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했다.

한편 그는 최근 정부효율부 신설을 통해 공직사회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있는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해결책에 대해선 거리를 뒀다. 그는 “공직사회를 어떻게 다뤄볼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에는 동의한다”면서도 “해당 발상은 내부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외과적 수술에 불과하기에 (딱 맞는) 해답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