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2시쯤 찾은 서울 송파구 마천동의 한 건물 1층. 2평 남짓한 공간에 봉사단체 ‘기부천사’ 회원 10여 명이 모여 사무실 개소를 축하하고 있었다. 이 단체는 지난 2013년 11월 22일 결성돼 12년째 서울 등지에 사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소년 등에게 기부를 이어오다 이날 비로소 사무실을 열었다.
에어컨 설치를 본업으로 하며 기부천사의 회장도 맡고 있는 김순규(71)씨는 30대 시절부터 장애인 봉사, 농촌 봉사 등을 해왔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몸으로 하는 봉사에는 한계를 느낀 김씨는 지난 2013년 지인들과 의기투합해 기부천사를 만들었다. 김씨는 “1990년대에 하던 사업이 망하면서 우리 애들 학원도 제대로 못 보내 미안한 마음이 컸다”며 “애들이 경제적으로 힘들더라도 버틸 수 있게 대학 입학 때까진 지원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기부천사는 지금까지 총 13명의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금전적 지원을 해왔다고 한다. 지난 2020년과 2023년에는 대학교에 입학한 이들까지 있어 첫 대학 등록금도 내줬다. 현재는 미혼모 2명, 중학생 4명, 고등학생 4명 총 10명에게 매달 지원을 하고 있다. 미혼모에게는 5만원, 중학생에게는 20만원, 고등학생에게는 30만원을 기부하는 식이다.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화재 복구 봉사도 했다고 한다. 김씨는 “감사 인사를 받으려고 기부를 하는 건 아니지만, 찾아와 감사함을 표하는 친구들, 힘들어도 어찌저찌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기부하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기부천사의 구성원은 대부분 송파구의 소상공인들로, 매달 최소 1만원씩 기부를 해 후원금을 조성한다. 이런 기부천사에도 한때 위기가 닥쳤다. 200명에 달했던 회원들은 코로나를 거치며 경기 악화로 그 수가 90명까지 줄었던 것이다. 이에 김 씨 등 이사진은 지인 등에게 단체를 홍보하고 명함도 돌리는 식으로 발벗고 나섰고 현재는 회원 수가 150명 정도까지 회복됐다.
12년 만에 사무실을 여는 것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김씨는 “월세만 35만원인데, 이 돈이면 학생 두 명을 더 후원할 수 있다며 굳이 사무실을 열어야 하느냐고 반대하는 회원들도 있었다”면서도 “회원들에게 기부금 세제 혜택을 주려면 사무실을 열어야 한다”고 다른 이들을 설득했다. 기부천사는 앞으로 이 사무실에서 직접 만든 강정이나 농사지은 감자 등을 판매해 기부 후원금에 보탤 예정이다.
김씨는 독거 노인에게까지 지원 대상을 늘리고 싶다는 소망도 드러냈다. 김씨는 “정부에서 아무리 지원을 해줘도 어렵게 지내시는 어르신들이 많다”며 “회원 수를 빠르게 늘려서 이분들도 최대한 돕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