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당일 최고 근무 태세인 ‘갑호 비상’을 발령하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일대 100m를 ‘진공 상태’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일부 시위대는 헌재 바로 앞에서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노숙 알 박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1인 시위’ ‘기자회견’을 명목으로 자리를 지키는 이들을 제재할 방식을 두고 경찰은 고심하고 있다.

18일 오전 6시 6분쯤 헌재 정문 앞 인도. 30m가량 펼쳐진 대형 천막 아래에 깔린 돗자리 위로 성인 남녀 21명이 은박 비닐을 뒤집어쓴 채 누워 있었다. 1인용 소형 텐트도 보였다. 휴대전화 알람이 울리자 몇몇이 눈을 비비고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잘 주무셨냐”며 인사를 나눴다. 이윽고 ‘이 몸이 죽어서 나라가 산다면/ 아 아 이슬같이 기꺼이 죽으리라’라는 양양가(襄陽歌)가 기상 음악으로 흘러나왔다. 이내 잠에서 깬 사람들이 ‘탄핵 각하’ ‘대통령 복귀’ ‘문형배 구속’ 같은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헌재 선고 대비 훈련 - 18일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경찰 버스로 만든 '차벽'을 방어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이같이 헌재 앞에서 노숙 알 박기를 하는 사람들은 수십 명 규모다. 현행 집회·시위법엔 헌재 100m 이내 지점에선 집회가 금지돼 있다. 하지만 이들은 “법에 허용된 1인 시위 중이다” “유튜브로 기자회견 중”이라며 경찰의 해산 요청을 거부한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1인 시위는 집시법 금지 대상의 예외라 ‘헌법상 권리’를 주장하면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이날 오후 12시 20분쯤 종로서 한 경찰이 “주민들을 위해 조용히 해달라”며 경고 방송을 했지만 시위대는 이를 따르지 않고 ‘탄핵 무효’를 외쳤다. “구호 제창 없이 순수 1인 시위로만 진행해달라”는 경찰 요청이 이어졌지만 시위대는 내내 ‘탄핵 각하’ 구호를 외쳤다. 한 참가자는 “이 자리를 좌파들이 차지할 수 없게 계속 버틸 것”이라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헌재 선고가 다가올수록 노숙 알 박기가 증가할 수 있다”며 “그럴 경우 ‘진공 작전’에도 차질을 빚을 수가 있다”고 했다. 일대 100m를 완전히 차단한다 해도, 이미 수십~수백 명 시위대가 노숙하고 있다면 그 자체로 헌재 경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찰은 우려한다.

대법원은 2009년 1인 시위를 하더라도 같은 목적으로 조직적으로 행동했다면 신고 대상 집회·시위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린 적이 있다. 경찰은 이 판례를 참고해 향후 헌재 앞에서 명목상 ‘1인 시위’를 주장하며 사실상 단체 시위를 하는 이들을 물리력을 동원해 퇴거시키는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탄핵 찬성 진영이 광화문과 경복궁 담벼락 인근에 세운 40여 개 천막도 불법 가설물이다. 이런 불법 천막이 인도의 절반가량을 차지해 출근길 시민과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는다. 이날 광화문 인근을 걷던 한 시민은 “여기가 광장인지 캠핑장인지 헷갈린다”고 했다.

하지만 양측 모두 “탄핵 선고가 나올 때까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헌재 앞에서 노숙 시위를 하는 장모(31)씨는 “경찰이 밀어내도 끝까지 싸우고 버틸 것”이라고, 김모(78)씨는 “경찰이 아니라 경찰 할아버지가 온다고 해도 우리를 쫓아내는 건 안 될 것”이라고 했다. 탄핵 찬성 시위대도 “윤석열이 파면되는 모습을 볼 때까지 광장을 떠날 수 없다”고 말한다.

일부 노숙 시위자는 경찰과의 충돌에 대비, 삼단봉·헬멧·목장갑 등을 준비하고 있다. 천막 안엔 라면과 생수 등 ‘장기 농성’에 대비한 비상식량도 비축하고 있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전국의 경찰기동단 45개 부대 2700여 명이 참여한 연합 훈련을 했다. 장대·깃발 등으로 저항하는 시위대를 제압해 캡사이신을 뿌리는 상황 등을 연습했다. 서울청은 “탄핵 선고에 대비, 집회·시위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법·폭력 행위와 다양한 돌발 상황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