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서 노숙 생활을 하는 A(66)씨의 아침은 항상 똑같이 시작된다. 공항철도 첫차를 타고 서울역에서 내려 인근 무료 급식소를 찾는다. 정성스러운 식사와 봉사자들의 친절함에 이끌려 매일 무료 급식소를 찾은 지 8개월이 됐다.
그러나 고집스러울 만큼 물품 지원은 거부하는 A씨는 한겨울에도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다닌다. 손은 물론 양발이 모두 갈라지고 부르터서 보는 사람이 다 안쓰러울 정도다. 양말이라도 신으면 좋으련만 A씨는 “내 더러운 몸에 새 옷 입으면 그게 무슨 소용이냐”며 한사코 옷과 신발을 사양했다. 그는 “내 몸과 마음이 정돈되었을 때, 그때 깨끗한 옷을 입고 싶다”고 했고, 봉사자들은 그런 A씨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무료 급식소에 온 A씨가 겨울 외투를 입고 있었다. 그는 “무료 급식소 오는 길에 천사를 만났다”고 했다.
A씨가 아침 식사를 하며 무료 급식소 봉사자에게 전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여느 날과 같이 지하철 첫차를 탄 A씨는 좌석에 앉아 잠시 졸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발에 기분 좋은 느낌이 들어 눈을 떴더니 한 여성이 다가와 무릎을 꿇고는 A씨의 발에 핸드크림을 발라주고 있었다. A씨의 부르튼 손에도 로션을 발라준 여성은 A씨의 얇은 복장이 신경 쓰였는지 입고 있던 겉옷도 벗어줬다.
A씨는 너무 놀랍기도 하고, 고마운 마음에 “종교가 있느냐”고 물었다. 종교 단체에서 봉사 활동을 하는 사람일 거라고 추측해서다. 여성은 “인천의 한 교회를 다닌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후 여성은 A씨가 사양할 틈도 없이 “일하러 가야 한다”며 외투를 주고 지하철에서 내려 사라졌다. 나중에 보니 여성이 전해주고 간 옷 주머니에는 핸드크림과 만원짜리 몇 장이 들어있었다.
A씨는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그런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저를 그렇게 대해주는 사람을 처음 만났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서울역 무료 급식소 ‘아침애 만나’는 A씨가 지하철에서 만난 익명의 천사를 찾고 있다. 여성이 남기고 간 외투와 ‘필그림교회’에 다닌다고 했던 것이 유일한 단서다.
‘아침애 만나’를 운영하는 이랜드복지재단 관계자는 “A씨가 여성이 준 외투를 매일 입고 다닌다. ‘마치 하나님이 저를 감싸주시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여름에도 입고 다닐 것이라고 했다”며 “A씨의 마음을 대신해 고마운 여성분에게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