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1억3500만명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피트니스 앱, ‘스트라바(strava)’가 한국에서 일부 서비스를 제한한다고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스트라바는 “한국 정부에서 데이터 보안 등과 관련해 특정 요구를 했다”고 이유를 밝혔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한국에만 있는 규정이 아니며, 비슷한 요구를 했을 때 앱을 철수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했다.
스트라바는 GPS(위성 위치 정보) 신호를 이용해 자전거, 달리기 등을 기록하는 피트니스앱이다. 전 세계 190개 이상 국가에서 1억3500만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한국 사용자도 최소 수십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본인의 운동 기록을 다른 사람 기록과 비교, 분석해 주는 기능으로 인기를 끌고 있고, SNS 기능이 있어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운동계의 인스타그램’으로 통한다.
스트라바는 최근 한국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어 지난 14일 스트라바 측은 “국가별 법이나 요구 사항 때문에 일부 국가에서는 부분적으로 혹은 전면적으로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할 수 있다”며 한국을 예시로 들었다. 다른 국가들은 벨라루스, 중국, 쿠바, 이란, 북한, 러시아였다. 스트라바는 “이들 국가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앱을 통한 접속이 불가능하거나, 운동 활동을 업로드하는데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당시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민감 국가’로 지정된 시점이라 이 때문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고, 현재 사용자들은 이를 정설로 믿는 분위기다.
그러나 스트라바는 지난 19일 본지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한국 방송통신위원회(KCC)가 데이터 보안과 개인정보와 관련해 앱 내용 일부를 변경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며 “우리는 소규모 팀이고, 국가별로 이런 요구를 다 맞춰 별도의 앱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한국에서 앱을 철수한 것”이라고 했다.
문제가 된 것은 스트라바가 마이크 등 휴대폰에 있는 기능에 접근하면서 사용자 동의를 받지 않은 부분이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은 앱이 휴대폰의 특정 정보나 권한에 접근하려면 사용자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작년 하반기 이런 문제를 발견해 스트라바 측에 두 차례 개선을 권고했다. 이후 여전히 개선이 안 돼 추가 권고를 하려던 찰나, 스트라바 측이 아예 서비스 철수를 했다고 한다.
앱의 접근 권한은 사용자의 개인정보 보호와 직결되기 때문에 나라별로 규제를 하고 있다. 규제 정도는 나라마다 다르다. 한국은 규제가 강한 편으로 알려져 있다.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앱 접근 권한은 우리나라만 동의를 받게 하는 것도 아니고, 개선 요구를 했을 때 아예 서비스 철수를 한 것은 스트라바 측이 처음”이라며 “자세한 위반 내용에 대해서는 현재 확인·검토 중”이라고 했다.
개발업계에선 스트라바의 대응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국가에 별도의 사무실을 두고 있지 않더라도 대부분 이를 수용해 앱을 수정한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스트라바가 이미 지난 2023년 한글 지원을 종료했던 점을 들어 한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대다수 사용자들은 스트라바가 철수할까봐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이용자는 “지난 10여년 간 자전거를 탔던 기록이 모두 스트라바에 저장돼 있는데, 스트라바가 완전히 철수한다면 이 기록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불안하다”며 “스트라바에 연결된 수 많은 운동 친구들과의 관계도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