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촌놈이라도 그 불길에다 애를 밀어 넣나...”
23일 오후 1시 30분쯤 경남 창녕군의 한 장례식장에는 지난 21일부터 시작된 경남 산청 산불로 사망한 진화대원과 공무원들의 유족들이 모여 있었다.
이번 산불로 사망한 창녕군 소속 공무원 강모(33)씨의 큰아버지는 창녕군청 관계자들을 보며 “하얗게 연기가 올라오는데 그 불길에다 애를 밀어넣는 놈들이 어디 있냐”며 “이제 30살이 된 그 조그만 애를 갖다가”라며 원망하고 있었다.
강씨는 2021년 10월 창녕군의 산림 자원을 관리하는 녹지직으로 입직했다. 또한 최근 경남도청 전입 시험을 치르고 오는 28일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었다.
강씨가 세상을 떠났던 사고 당일은 강씨의 조카가 태어난지 100일이 되던 날이었다. 이날 점심 강씨의 가족들은 다같이 모여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강씨의 큰아버지인 강인수(72)씨는 “그날 점심이라도 같이 먹자고 전화를 했는데 전화를 받지 않더라”며 “이렇게 될 줄도 모르고 가족들끼리 하하 호호 웃었는데...”라며 눈물을 훔쳤다.
강씨의 큰어머니는 지난 설날에 강씨를 마지막으로 만났다. 강씨는 큰어머니에게 용돈을 하라며 주머니에 10만원을 슬그머니 넣어줬다고 한다. 그는 “바람만 약하게 불었으면...바람만...”이라며 읊조렸다.
진화조장이던 이모(64)씨도 창녕군에서 홀어머니를 모셨다. 이씨는 동네에서 ‘공짜 택시 기사’로 불렸다. 어머니는 물론 동네 어르신들이 차가 없어 읍내나 병원을 못 가면 앞장 서서 어르신들을 태우고 다녔다. 그의 후배 하종극(63)씨는 “우리 동네 궂은일은 우리 형님이 다 하셨다”며 “우리 동네 큰 일꾼이 이렇게 덧없이 가버렸다”며 멍하니 영정을 바라봤다.
이날 오후 3시쯤부터 검안을 마친 시신들이 산청군에서 창녕군으로 옮겨졌다. 이씨의 시신이 도착하자 장례사는 이씨의 딸 A씨에게 “아버지 상태가 좋지 않으신데 얼굴을 보시겠냐”고 물었고, A씨는 단호하게 “그래도 아버지 얼굴을 보겠다”고 했다.
그가 안치실에 들어서자 장례식장 1층은 그의 통곡 소리로 가득 찼다. 안치실에서 힘겹게 걸어나온 A씨는 “우리 아빠가 왜 저런대...아아...”하며 눈물을 흘렸다.
휴게실에서는 이씨의 노모가 “우짤꼬, 우리 세상이 무너져서 우짤고”라며 발을 구르고 눈물을 흘렸다. “우리 아 우예 보내노...”하며 연신 소리를 질렀다.
또 다른 진화대원 공모(60)씨의 유족들도 눈물을 흘렸다. 공씨와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라 이제는 그 동네의 이장이 됐다는 B(63)씨는 “우리 여초리에서 제일 근면성실한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그는 92세의 쇠약한 아버지를 모시던 극진한 효자였다고 한다. 그의 여동생은 “사고 전날 오빠가 잘 다녀올테니 아버지 잘 모시고 있어라고 말한 게 마지막 인사가 됐다”고 했다.
B씨는 “사고 당일 아침에도 같이 마늘밭에 물을 대주고 산청 산불에 지원을 나갔었다”며 “매일 살을 부대끼고 살던 우리 동생이 죽었다는 소식에 눈이 캄캄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경남 산청군 시천면 신천리 한 야산에서는 지난 21일 오후 3시 26분쯤 불이 나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