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으로 독자 활동에 제동이 걸린 뉴진스(새 활동명 NJZ) 멤버들이 외신을 통해 “법원 판단에 실망했다”고 밝히자 법조계에서는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의 고상록 변호사(법무법인 필)는 2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뉴진스 인터뷰 기사를 공유하면서 “이 기사에 ‘한 변호사(One Lawyer)’로 저도 등장한다. 한마디 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고 변호사는 작년 9월 뉴진스의 1차 기자회견 당시 “하이브가 위대한 기업이 되고자 한다면 아티스트를 인기 상품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뉴진스 찐팬’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러나 고 변호사는 이번 뉴진스의 외신 인터뷰를 두고는 “법원의 판단이 나온 직후에 이런 태도를 취한다면 ‘거짓말을 하고 다른 동료를 공격하며 상대를 악마화하는 방식으로 업계나 회사의 부조리와 맞선다는 것이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고 변호사는 “처음에는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동조해 모회사를 공격하고, 다른 레이블과 그 소속 아티스트를 공격하더니 이제는 (K팝) 산업을 부정하고 끝내는 법원마저 무시하고, 한국 전체를 한심한 사회로 몰아넣고 혐한 발언을 내뱉기에 이르렀다면 그다음에 이들이 설 자리는 어디인가”라고 했다.
이어 “계약을 무시하고 법으로 해결이 안 되니 국회로 달려가고, 이제는 그마저 안 통하니 아예 K팝 아이돌 육성 시스템을 서양인의 시각에서 비판해온 팝의 본고장의 유력 언론사로 달려가 그 구미에 맞춘 듯한 단어들을 쏟아내며 순교자를 자처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본질이 인권 침해라는 헛소리는 우리나라 국회에서 한 번 하고 말았어야 했다”며 “다름 아닌 자신들의 변호사가 법원에 유리하다고 제출한 증거에서 거짓말이 모두 드러난 마당에, 꼴랑 영어로 하는 외신과의 인터뷰라고 그걸 부여잡고 여전사 노릇을 한다고 해서 이 사안의 본질이 덮이지 않는다”고 했다.
고 변호사는 “이제는 꿈에서 깨어날 시간”이라며 “법원 결정이 나오고 나서 미처 다시 한번 전열을 가다듬고 생각을 정리하기 전에 얼결에 진행한 인터뷰에서 내뱉은 실수라고 믿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고 변호사는 자신의 발언이 화제가 되자 23일 새로운 글을 올리고 “오늘은 뉴진스가 오랜 시간 준비해온 무대를 공개하는 날이었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제 글로 인해 멤버들이 기대하던 무대에 다소 불편한 상황이 생겼다고 느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부디 오늘 공연이 안전하게 잘 마무리되었기를 바라며 멤버들이 무대 위에서 팬들로부터 따뜻한 응원과 진심 어린 지지를 받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뉴진스 멤버들과 그 부모님들이 앞으로 옳은 방향으로 행동해 나간다면, 아낌없이 칭찬과 응원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
한편에서는 뉴진스 측의 변론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작년 10월 뉴진스 팬덤 버니즈를 대리해 어도어 및 하이브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던 이현곤 변호사는 23일 소셜미디어에 “이 사건은 계약 해지의 귀책 사유를 묻는 소송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건이 한번 흙탕물 속에 빠지면 책임 소재는 알 수 없게 된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중요한 것은 어도어와 뉴진스 사이의 신뢰 관계가 돌이킬 수 없게 파탄되었다는 점이고, 이 사실만 입증하면 된다”며 “판례가 신뢰 관계의 파괴를 계약 해지 사유로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김상훈)는 지난 21일 어도어가 낸 가처분 신청을 전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제출된 채무자(뉴진스)의 주장과 자료만으로는 채권자(어도어)가 이 사건의 전속 계약상 중요한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그 해지 사유가 발생했다거나, 그로 인하여 상호 간의 신뢰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뉴진스 멤버들은 본안 소송의 1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어도어와의 협의 없이는 독자적인 음악 활동을 할 수 없게 됐다.
뉴진스는 22일 타임에 “K팝 산업이 하룻밤에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며 “이것이 한국의 현실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멤버들은 “우리는 그러기에 변화와 성장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며 “한국이 우리를 혁명가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다음 날인 23일 홍콩 ‘컴플렉스콘’ 공연 말미에서 “저희는 법원의 결정을 준수해 모든 활동을 멈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뉴진스 멤버들의 이 같은 결정은 활동 중단을 감수하더라도 어도어로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