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오는 25일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트랙터 상경 집회’를 다시 예고하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여기에 맞대응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찰은 양측의 물리적 충돌을 우려, 집회 금지 통고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23일 경찰과 전농에 따르면 전농 산하 ‘전봉준 투쟁단’은 오는 25일 트랙터 20대와 1t 트럭 50대를 동원해 상경 집회를 벌이겠다고 전날 경찰에 신고했다.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 집결한 뒤, 광화문까지 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끌고 오기만 해보라“ “트랙터 엔진에 설탕을 넣겠다”고 하고 있다.
경찰은 서부지법 사태와 같은 불미스러운 상황을 우려해 전농에 ‘자제’를 요청한 상태다. 남태령~광화문 구간에서 양측이 충돌하면 일반 시민까지 인명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주말 광화문과 여의도 등 도심 곳곳에서 탄핵 찬성·반대 집회가 열렸다. 토요일인 22일, 양측에서는 7만여 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탄핵 반대에는 전국 각지에서 5만5000명이 운집했고, 탄핵 찬성에는 1만8000명이 참석했다. 여야(與野) 의원들도 세 대결에 가세하며 장외 총력전을 벌였다.
22일 오후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와 자유통일당이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에서 연 집회에는 3만여 명이 모였다. 특히 ‘경기 부천’ ‘강원 원주’ ‘대구’ ‘부산’ ‘대전’ ‘충북 청주’ 등 수도권 이외 지역이 적힌 깃발이 여럿 보였다. 여의도에선 손현보 부산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개신교 단체인 세이브코리아가 3만명이 참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단체는 강원 춘천에서도 집회를 개최, 경찰 추산 약 2500명이 참가했다. 국민의힘 윤상현·이철규·유상범·한기호·장동혁 의원 등도 보였다.
탄핵 찬성 집회는 경복궁 동십자각에서 열렸다. 퇴진비상행동은 경찰 추산 1만8000명이 모인 가운데 집회를 연 뒤 동십자각에서 출발해 종로, 안국역을 거쳐 다시 동십자각까지 행진했다. 20대 딸과 인천에서 왔다는 임영관(65)씨는 “윤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나온 지 보름이 다 돼가는데 아직까지 헌재에서 판단을 미루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이날 집회에선 탄핵 반대 측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태극기를 손에 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앞서 촛불행동은 앞으로 태극기를 들고 집회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등도 참석했다.
전 목사는 23일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주일 연합 예배를 열었고, 자유통일당 등 탄핵 반대 단체들도 오후 헌재 인근과 한남동 관저 등지에서도 집회를 진행했다. 탄핵 찬성 측은 24일부터 매일 집회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