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24일 서울특별시청에서 디딤돌소득 K-복지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서울시가 현행 기초생활수급자 제도를 대체할 새로운 사회보장제도로 추진중인 ‘디딤돌 소득’의 전국 확산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디딤돌 소득(옛 안심소득)은 가구 소득에 따라 저소득층에 현금을 선별적으로 차등 지원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보장제도다. 가구 소득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같은 금액을 주는 ‘기본소득’과 달리,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디딤돌소득을 생계급여와 기초연금 등 36개 현행 복지제도와 통합·연계하면 효율적 복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빈곤해지기 전 선제적 지원으로 회복탄력성을 높이도록 복지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는 24일 디딤돌소득 전국 확산에 관한 정합성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022년 시작해 올해 3년 차인 이 정책은 기준 중위소득 85% 이하(재산 3억2600만원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기준소득 대비 부족한 가계소득 일정분을 채워주는 제도다.

소득 기준을 초과해도 수급 자격이 유지돼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지 않게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시는 2076가구에 디딤돌소득을 지급하고 있다.

3년여간 소득 실험 결과 기준중위소득이 85% 이상을 넘어 더는 디딤돌소득을 받지 않아도 되는 탈(脫)수급 비율이 8.6%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국민기초생활수급제도(생계급여)의 탈수급 비율은 0.22%였다. 디딤돌 소득으로 근로소득이 늘어난 가구도 31.1%로 집계됐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 기존 95개 사회복지제도 중 36개와 통합·연계

서울시는 지난해 3월부터 디딤돌 소득의 전국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는 서울복지재단 총괄 아래 사회복지, 경제, 재정 분야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된 TF가 맡았다.

연구팀은 디딤돌소득이 전국으로 확산할 경우 다른 제도에 미치는 영향, 제도 간 충돌 문제를 살폈다.

95종의 복지제도와의 관계성을 살펴본 결과, 디딤돌소득과 생계급여·자활급여·국민취업지원제도(1유형)는 통합하고 기초연금과는 연계하는 등 36개 현행 복지제도와 통합·연계 시 효율적인 복지시스템이 완성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디딤돌소득을 바탕으로 유사한 현금성 급여를 효율적으로 통합·연계해 복잡한 소득보장체계를 정비하면 더 촘촘한 복지안전망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국민연금 개혁과 연계해 디딤돌소득으로 노후소득보장체계를 구축하면 취약계층에 대한 견고한 대안적 복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전국화 땐 추가 재정 36조6000억원, 이재명 기본소득 안 51조원

오세훈 서울시장은 특히 “빈곤해져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빈곤해지기 전 선제적으로 지원해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복지정책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디딤돌 소득 모델들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디딤돌소득 대상을 기준 중위소득 ▲ 65% 이하(빈곤고위험층) ▲ 75% 이하(빈곤위험층) ▲ 85% 이하(저소득불안층)로 확대할 경우 필요한 예산과 효과를 분석했다.

기준 중위소득 65% 이하를 대상으로 생계급여와 유사한 수준의 소득을 보장하는 모델을 적용할 경우 전국 총 2207만 가구의 27%에 달하는 594만 가구가 디딤돌소득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자활급여, 국민취업지원제도, 지자체 부가급여 등 10개 제도와 통합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재원은 13조원가량 추가로 필요하다.

생계급여는 소득 발생 시 수급 자격이 박탈되나 디딤돌소득은 가구 소득과 지원선 사이 차액 절반을 지원해 보장 대상이 확연히 넓다.

기준 중위소득 75%까지 포괄해 지급할 경우 전국 가구의 30%인 653만 가구가 디딤돌소득 지원을 받을 것으로 추정됐다. 재원은 23조9000억원이 추가로 소요된다.

기준 중위소득 85%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 가구의 3분의 1이 지원받는다.

이 모델 적용 시 소득하락에 대한 위험과 불안을 배제할 수 있는 특징이 있고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주거급여까지 통합 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

추가 재정은 36조6000억원이 필요하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22년 대선 후보 공약에서 제시한 전국민 연 100만원 기분소득은 연간 51조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농어촌·인구감소지역 등 구체적 모델 연구 개발

시는 디딤돌소득을 전국으로 확산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모델 개발하고, 디딤돌소득-사회서비스 전달체계 구축방안, 근로유인 제고 방안, 복지재원의 점진적 확보방안을 연구할 계획이다.

농어촌, 인구감소지역, 도농복합도시 등 지자체 맞춤형 실행모델도 개발한다.

시는 또 이날 한국사회복지정책학회, 한국경제학회, 한국노동경제학회, 한국재정학회, 안심소득학회, 서울시복지재단, 서울연구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행 소득 보장제도의 사각지대와 한계를 보완하고 새로운 취약계층을 포괄할 수 있는 미래 소득 보장제도 연구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오 시장은 “디딤돌소득은 현 제도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빈곤 위험층 등 신(新)정책 대상을 포괄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며 “어렵고 소외된 국민에게 힘이 되는 복지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