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경덕 교수가 올린 짝퉁 불닭볶음면 사진. /페이스북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의 짝퉁 상품이 여전히 전 세계 곳곳에서 팔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조 불닭볶음면의 외관은 실제 삼양의 불닭볶음면과 매우 흡사하지만, 제조 국가와 기업명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최근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는 삼양 불닭볶음면과 거의 흡사한 외관의 라면 사진과 함께 진품 여부를 묻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원래 오리지널 불닭볶음면만 팔던 동네 가게에서 정체불명의 이 녀석을 발견했다”며 “아직 먹어보진 않았는데, 뭔가 되게 수상쩍다”고 했다.

작성자가 올린 ‘불닭볶음면’ 사진을 보면, 삼양 불닭 캐릭터 ‘호치’ 이미지가 그대로 이용됐고, 이름은 까르보 불닭볶음면이라고 적혀 있다. 필체마저 삼양의 불닭볶음면에 적힌 것과 유사하다. 라면 봉지 오른쪽 하단에는 ‘KOREA’라고 적혀 마치 한국에서 생산됐다는 느낌을 준다. 왼편에는 돼지고기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할랄 인증 마크와 함께 중량이 적혀 있다. 이 때문에 얼핏 삼양의 해외 수출용 불닭볶음면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상한 점들이 눈에 띈다. 우선 라면 이름은 까르보 불닭볶음면이지만, 라면 봉지 색상이 노란색이다. 삼양에도 노란색 봉지를 사용하는 불닭 시리즈가 있지만, 이는 치즈 불닭볶음면에 적용된다. 까르보 불닭볶음면 봉지 색상은 분홍색이다. 작성자가 올린 ‘불닭볶음면’ 사진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건 왼쪽 상단에 적힌 기업명이다. 삼양식품 마크가 있어야 할 곳에 ‘빙고원’(BINGOONE)이라는 기업명이 적혔다.

뒷면에 표기된 제품 정보에는 원산지가 중국(MADE IN P.R.C)이라고 적혀있다. ‘빙고원’ 메일 주소도 자체 도메인이 아닌 지메일이 사용됐다. 연락처 역시 중국 국제번호 형식이 아니다.

한 해외 네티즌이 가품 여부를 물으며 첨부한 짝퉁 불닭볶음면 사진. /레딧

이에 해외 네티즌들은 댓글을 통해 작성자가 구매한 라면이 모조품이라는 근거들을 제시하고 시식을 만류했다. 네티즌들은 “까르보나라 포장은 분홍색이다. 라면도 모조품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빙고원은 불닭볶음면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중국산 가짜 불닭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불닭볶음면 가품 논란은 이 라면이 세계적인 인기를 끈 이후 지속되어 온 문제다. 모조품 대부분 중국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한국식품산업협회가 국내 식품 업체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짝퉁 불닭볶음면을 포함해 여러 K푸드 모조품을 만드는 중국의 청도태양초식품과 정도식품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2023년 일부 승소했지만, 여전히 중국산 짝퉁이 세계 곳곳에서 유통되는 모양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도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최근 해외에 거주하는 많은 네티즌이 제보를 해 줘서 알게 됐다”며 “포장지의 캐릭터 모습 및 글씨체도 비슷하고, ‘KOREA 마크’와 ‘할랄 마크’까지도 붙어 있어서 해외 소비자들이 진품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서 교수는 국내 주요 식품 업체들이 중국 K푸드 모조품 생산·유통 기업들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을 당시 중국 법원이 판결한 배상액이 턱없이 적었다며 “한국 정부도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지식재산권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응을 펼쳐야만 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이런 짝퉁 식품이 전 세계에서 기승을 부리면 요즘 잘나가는 ‘K푸드’ 이미지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짝퉁을 전 세계에 판매하는 중국 업체도 이젠 그만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