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의 한 도로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땅 꺼짐) 사고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차량 운전자가 “운전 도중 어디서 천둥소리가 들리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25일 차량 운전자 허모(48)씨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천둥소리와 함께 10초 정도 정신을 잃었던 것 같다”며 “정신을 차려 보니 앞에는 차가 한 대도 안 보였고, 뒤를 돌아보니 커다란 구멍이 보였다”고 말했다.
허씨는 전날 사고 당시 흰색 카니발 승용차를 타고 사고 지역을 지나갔다.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허씨 차량은 싱크홀이 발생하는 순간 구덩이에 빠졌다가 다시 튕겨 나와 도로 위에 멈춰 섰다. 허씨 차량 뒤에 따라오던 오토바이 운전자는 그대로 구덩이에 빠졌다.
허씨는 “구멍에 다시 차가 빠질까 봐 다시 앞으로 가려는데 차가 움직이지 않고 문도 열리지 않아 창문으로 겨우 빠져나왔다”며 “브레이크를 밟을 틈도 없이 사고가 발생했다. 오히려 차가 멈추지 않고 앞으로 계속 달린 덕분에 싱크홀에 추락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강동구 둔촌동에 거주하고 있는 허씨는 사고 지점을 매일 출퇴근길에 지나다녔다고 한다. 사고 당일에도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이었다.
앞서 전날 오후 6시 29분쯤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선 지름 20m, 깊이 20m가량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허씨가 부상을 입고, 오토바이 운전자 1명이 실종됐었다.
소방 당국은 오토바이 운전자를 구조하기 위해 구조대원은 물론이고, 인명 구조견과 소방 로봇도 투입해 수색에 나섰지만 내부가 토사와 물이 뒤섞여 갯벌 형태로 변해 어려움을 겪었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결국 실종 17시간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