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주장하며 ‘트랙터 상경(上京) 시위’를 예고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25일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인근에서 트랙터 수십 대를 실은 화물차를 몰고 경찰과 10여 시간 이상 대치했다. 전날 법원은 전농 산하 ‘전봉준 투쟁단’이 예고했던 트랙터 시위를 불허했지만 전농은 집회를 예정대로 강행했다. 이에 윤 대통령 지지 세력까지 몰리면서 남태령 인근은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오전 10시쯤부터 서울 서초구 남태령고개엔 트랙터를 실은 화물차 등을 이끈 전농 회원들이 집결하기 시작했다. 트랙터 41대를 실은 트럭 33대를 끌고 온 농민 700여 명은 이날 오후 2시쯤 남태령역 인근 3개 차로를 점거한 뒤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 등 손팻말을 들고 “농민들의 행진을 보장하라”고 외쳤다. 전농 회원들이 트랙터를 차에서 내려 끌고 가게 해달라고 요구하며 차도 쪽으로 내려오자 경찰이 이를 막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이날 집회엔 국회 농해수위 간사를 맡고 있는 이원택 의원 등 민주당 의원 5명과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등이 참석했다.
경찰은 경기 과천에서 서울 서초구로 진입하는 남태령고개 경계에서부터 트랙터 진입을 막았지만, 진행을 강행하려는 전농과 대치를 이어갔다. 경찰 관계자는 “전농이 트랙터를 화물차에 싣는 ‘우회 방식’으로 광화문에 진입하기로 했지만 법원 판단에 따라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이를 막은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지지 세력과 전농 간 대치 상황도 이어졌다. 이날 오후 3시쯤 전농 측과 50m가량 떨어진 곳에선 윤 대통령 지지 세력 120여 명이 집결해 ‘탄핵각하’ 등 손팻말과 성조기, 태극기를 든 채 “빨갱이들 물러가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5시 30분쯤에는 일부 우파 유튜버가 전농 집회 현장으로 접근하자 경찰 기동대가 대여섯 겹으로 둘러싸 충돌을 막기도 했다.
전농은 지난해 12월 21일에도 윤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며 트랙터 30여 대와 트럭 50여 대를 이끌고 상경 집회를 벌이다 경찰과 28시간 대치한 끝에 경찰 저지를 뚫고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까지 행진했다. 당시 시위를 주도한 일부 전농 지휘부는 교통 방해 등 혐의로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