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고찰인 경북 의성 고운사와 운람사가 결국 산불 화마에 무너지면서 스님의 안타까운 심경이 담긴 인터뷰가 공개됐다. 네티즌들은 자책하는 스님에게 위로의 말을 남기고 있다.
26일 산림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50분쯤 의성군 단촌면 등운산 자락에 있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16교구 본사 고운사가 산불에 완전히 소실됐다. 이에 앞서 지난 22일에는 안평면 천등산 자락의 고운사 소속 사찰 운람사가 산불로 전소했다.
고운사 건축물은 산불에 전소했으나 안에 소장 중이었던 보물 제246호 석조여래좌상 등 유형문화유산은 경북 각지로 옮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운람사 전각과 부속 건물도 모두 탔으나, 불길이 운람사를 덮치기 전 아미타3존, 탄생불, 신중탱화 등 유물은 조문국박물관으로 옮겨졌다.
고운사 도륜 스님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운람사에 불길이 뻗친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스님들과 (문화재를) 옮기다가 인명 피해가 나면 안 되니 철수하라고 해서 끝까지 남아 있다가 철수했다”며 “문화재가 손상되면 세월을 복원할 수 없기 때문에 지켜야겠다는 마음으로 급하게 이동 조치를 했다”고 했다.
불에 탄 운람사를 바라보던 도륜 스님은 이내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도륜 스님은 “천년 고찰을 이어왔는데 우리 대에서 부처님 전각을 잃어버리게 돼서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또 목이 멘 목소리로 “부처님 도량을 지키지 못한 것에 정말로 죄송하고 부처님께 참회를 드린다”며 “저희들이 부처님 도량을 잘 지켜야 하는데…”라고 했다.
도륜 스님은 “산불이 빨리 진화돼서 종료되기를 바란다”며 “다시 복원해서 신도들이 예전과 같이 기도하고 희망을 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스님의 인터뷰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자책하지 마세요. 불을 낸 사람이 잘못이지 스님들은 충분히 노력하셨다” “우리도 이렇게 마음이 무너지는데 스님들은 얼마나 속상하실까” “눈물 흘리는 모습에 저도 같이 눈물 난다. 스님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 마음이 아프다” “스님 사과하지 마세요” 등의 반응을 보이며 깊은 위로를 표했다.
이번 화재는 22일 오전 11시 24분쯤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 정상에서 처음 발생했다. 의성군은 이번 화재가 성묘객의 실수로 인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성묘객이 묘지를 정리하던 중 불을 냈다고 119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산림 당국은 산불 3단계를 발령하는 등 초기 진화를 위해 사투를 벌였지만, 강한 바람을 타고 안동, 영양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의성군은 실화로 산불을 낸 성묘객을 조만간 삼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림보호법상 실수라고 하더라도 과실로 인해 산림을 불에 태워 공공을 위험에 빠트리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