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현장에서 구조된 어미 백구와 새끼들. /동물구조단체 '유엄빠'

영남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는 가운데, 쇠줄에 묶여 집에 남겨졌던 어미 백구가 새끼들을 지켜낸 사연이 알려졌다.

26일 동물구조단체 ‘유엄빠(유기동물의 엄마 아빠)’에 따르면 지난 23일 경북 의성에서 어미 백구 한 마리가 새끼들과 함께 구조됐다. 어미 백구 몸에서는 불길 속에서 새끼들을 지키려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친 흔적이 발견됐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어미 백구는 구조 당시에도 새끼들을 품 안에 꼭 안고 있었다.

유엄빠 측은 “불길이 할퀴고 지나간 흔적이 생생한 뜬장 안에는, 굵은 쇠줄에 묶여 도망칠 기회조차 빼앗긴 어미 개와 새끼들이 있었다”며 “어미는 불길 앞에서 새끼를 지키려 피부가 찢기고 벗겨질 때까지 필사적으로 몸부림친 흔적이 역력했다. 문 앞에는 이미 생명의 불꽃이 꺼져버린 작은 새끼 한 마리가 잿더미 속에 누워있었다”고 구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어미 백구는 불에 달궈진 뜬장 때문에 발바닥에 화상을 입은 상태였고, 모유를 먹이느라 불어난 가슴 부위에서도 화상 흔적이 발견됐다.

치료를 받고 있는 어미 백구. /동물구조단체 '유엄빠'

어미 백구와 새끼 강아지들은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다만 어미 백구의 경계심이 심해 두꺼운 쇠목줄을 바로 풀어주지 못했고, 마취가 된 후에야 풀어줄 수 있었다고 한다.

유엄빠 측은 구조된 어미 백구가 어린 개체인 것으로 보인다며 “절망과 고통 속에서도 강인하게 새끼들을 지켜낸 어린 엄마에게 ‘금같이 귀하게 살라’는 소망을 담아 ‘금순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했다.

한편 현재 산불이 발생한 지역에는 남겨진 반려견들이 다수 있다고 한다. 동물구조단체 ‘위액트’도 이날 마을 곳곳을 방문해 부상당한 개들을 구조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일부 반려견들은 산불의 열기와 연기 때문에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 극적으로 구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