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본인의 공직선거법 2심 재판에서 무죄를 받았다. 이날 오후 2시에 열린 재판에 앞서 친(親)이재명 지지자들과 반(反)이재명 지지자들은 불과 200m 거리를 사이에 두고 집회를 열었다.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심 무죄 소식에 기뻐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친이재명 지지자들은 이날 오전부터 서울중앙지검 서문 앞에서 2개 차로를 점거하고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 대표의 무죄를 촉구했다. ‘이재명은 무죄다’라고 적힌 종이와 이 대표 얼굴이 그려진 파란 풍선을 흔들었다. 이날 오후 2시 30분쯤 법원이 “이 대표가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몰랐다고 한 발언을 허위 사실로 볼 수 없다”고 하자 이들은 “맞는 판단”이라며 환호했다.

같은 시각 서울중앙지법 서관 앞에서도 친 이재명 지지자들과 반 이재명 지지자들은 경찰의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집회를 열었다. 3시쯤 법원이 최종적으로 김문기 처장에 대한 혐의에 무죄를 내리자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무죄”를 외치고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환호했다. 한 유튜버는 관련 기사를 큰 소리로 읽으며 “우리 대표님 무죄 받으십니다!”라고 했다.

이어 법원이 이 대표의 백현동 관련 판결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백현동 판결 또한 무죄 취지로 법원이 판단했다는 속보가 나오면서 이들은 ‘할렐루야’ ‘사필귀정’을 외치며 만세 삼창했다. 한 50대 여성 4명은 서로를 안으며 강강술래를 했다. 같은 시각 서울중앙지검 앞도 속보가 나올 때마다 이들의 환호 소리로 가득했다. 오후 2시 기준 500명에 불과했던 참가자 숫자는 1000명(경찰 비공식 추산)까지 늘었다.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서관 앞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이 이 대표의 무죄 소식이 알려지자 강강술래를 하며 환호하고 있다. /안준현 기자

최종적으로 법원이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3시 37분. 서울중앙지검 앞 이 대표 지지자들은 환호하거나 오열했다. 한 30대 여성은 ‘이재명은 무죄다!’라는 종이를 들고 울먹이며 그 자리에서 방방 뛰는 모습을 보였다. 한 70대 여성은 옆 사람을 부둥켜안았고, 다른 60대 여성은 “이재명 대통령”을 연호했다. 이어 신나는 노래를 틀며 다 같이 춤추고 환호했다.

7분 후인 3시 44분 이 대표가 법원 서관을 나왔다. 지지자들은 ‘이재명’을 연호했고, 경찰은 혹시 모를 테러에 대비해 그늘망을 쳤다.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가 입장을 밝히려고 하자 지지자를 향해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일부 남아 있던 반 이 대표 지지자들은 ‘도둑놈’을 외쳤다.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복귀를 촉구하는 시민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심 무죄 소식에 좌절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한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나왔던 1심 선고와 같은 판단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 반 이재명 지지자들은 망연자실했다. 무죄 취지 선고가 나오기 전만 해도 ‘민주당 해체’라는 종이를 들고 “이재명 구속” “종북 세력 민주당 해체”를 외친 이들은 그러나 법원의 무죄 판단이 나오면서 조용해졌다.

2시 36분쯤 사회자가 “김문기 몰랐다는 말이 무죄”라고 전하자 참가자들의 표정이 어두워지며 탄식했다. 들고 있던 태극기를 던지는 이도 있었다. 이어 3시 18분쯤 사회자가 “법원이 미쳤다. 백현동도 처벌 불가”라고 외치자 보수 집회 참가자들은 “이게 뭔 X소리냐” “사법부는 각성하라” “X판사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죄 선고 이후에는 사회자가 “윤석열은 탄핵 시키고 죄 없는 국민들 괴롭힌다”며 지지자들을 독려하려는 모습도 보였으나 집회 참가자들은 썰물처럼 빠르게 자리를 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선고 공판을 앞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인근에서 이 대표 구속 촉구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서구에서 온 장종수(61)씨는 “분명 허위 사실인데 무엇이 허위 사실 공표가 아니냐”며 “실망스러운 판결이다. 정의를 실현한다는 사법부가 정의는 실현하지 않고 재판 지연만 지속했다”고 했다. 서울 도봉구에서 온 박모(54)씨는 “판사에 따라 판결 내용이 달라진다는 사실은 오늘 똑똑히 국민이 깨달았다”며 “1심과 2심이 완전히 다른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재판 이후 이 대표를 맞이하기 위해 도열해 있던 민주당 의원 50여 명이 법원 정문에서 나오자 이들을 향해 “죽어라”며 욕설을 하는 이도 있었다. 한 참가자는 정청래 의원을 향해 달려들다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이날 보수 집회에는 지지자 약 2000여 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모였다.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심 무죄 소식에 기뻐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