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경북 산청의 산불 피해 현장에서 목줄에 묶인 채 발견된 개./인스타그램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 울산 울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주민들이 대피에 나선 가운데, 목줄에 묶여 도망가지 못한 개들의 상황이 전해졌다.

26일 동물구조단체 ‘위액트’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지난 23일 산불 피해를 입은 산청의 마을 곳곳을 방문해 부상당한 개들을 구조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불길이 휩쓸고 간 집 마당의 작은 고무통 안에서는 몸을 웅크린 채 희미하게 숨만 쉬고 있던 개가 발견됐다. 사람을 보자 힘겹게 몸을 일으킨 이 개의 목에는 긴 목줄이 채워져 있었다. 개 주인은 “긴급한 상황에 차마 목줄을 풀어줄 수 없었다. 잘 부탁드린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지난 23일 경북 산청의 산불 피해 현장에서 목줄에 묶인 채 발견된 개./인스타그램

마을 곳곳의 개들은 위치를 알리려는 듯 사람 기척에 연신 울음소리를 냈고, 사람을 발견하면 반가움에 꼬리를 흔들었다.

불에 타 쓰러진 나무 사이에서 발견된 개를 구조할 땐 전깃줄에 불이 옮겨붙어 스파크가 튀는 등 위험한 상황이라, 활동가들은 포복으로 몸을 낮춰 개에 접근하기도 했다.

구조된 개들은 산소 결핍 등의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위액트는 “긴급재난 대피 시 반려동물을 동반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나 씁쓸하다”며 “부디 모든 생명이 존중받고 지켜지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동물이 목줄에 묶인 채 타 죽거나 굶어 죽는 경우가 많다.

재난 때마다 비슷한 피해가 반복되자 정부는 2022년 작성한 재난 대피 관련 가이드라인을 통해 기존 ‘반려동물 대피소 출입 불가’ 지침을 삭제하고 ‘대피 시설에 연락해 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여분의 공간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