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경북 의성 산불 현장에서 진화 작업을 벌이다 추락해 숨진 70대 조종사 A씨는 40년 비행 경력의 베테랑으로 파악됐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연기로 인해 시야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추락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오후 12시 54분쯤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의 한 야산에서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던 헬기 1대가 추락했다. 이 사고로 해당 헬기를 몰던 기장 A(73)씨가 사망했다. A씨는 추락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도로 옆 산비탈에 떨어진 헬기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시커멓게 탄 상태였다.
A씨는 40년 넘게 헬기 조종사로 일해왔으며 2021년 임차 업체 에어팰리스에 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는 전날 처음 투입됐다고 한다. 그는 전날 오후 2시쯤 1시간가량 진화 작업을 벌였다. 이날도 오전에 작업한 뒤 급유를 하고 현장에 다시 투입됐다가 변을 당했다.
사고 장면을 목격한 김영한씨는 “비행기가 박살 나는 소리가 나서 보니 헬기가 있더라”며 “고도가 되게 높아 보였는데 곧바로 산비탈에 추락했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이어 “조종사를 구하려고 뛰어갔는데 도착하니까 헬기가 화염에 휩싸여 손을 쓸 수 없었다”고 했다.
추락한 헬기가 민가를 향하던 중 야산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목격담도 전해졌다. 한 교안리 주민은 “헬기가 민가 방향으로 점점 낮게 날더니 갑자기 왼쪽에 있는 야산 쪽으로 방향을 틀고 추락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목격자도 “헬기가 물주머니를 달고 있는 듯 보였다”며 “야산 쪽으로 방향을 바꾼 후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그대로 추락했다”고 했다.
경찰은 추락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다만 짙은 연기로 시야가 가려지면서 헬기가 전신주를 미처 보지 못해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헬기 노후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사고가 난 기종은 강원 인제군 소속 S-76B 임차 헬기(담수 용량 1200ℓ)였다. 1995년 7월에 생산돼 30년 가까이 운항했다.
산림청은 이 사고로 전국 산불 발생 현장에 투입됐던 진화 헬기의 운항을 일시 중단했다가 오후 3시 30분 운항을 재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