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부터 엿새 동안 산불이 이어진 경북 의성군에 비가 내렸다. 우산을 써야 할 만큼 굵은 빗줄기가 내리면서 산불 지휘본부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다.
27일 오후 6시쯤 경북 의성군 철파리의 현장통합지휘본부에 비가 내리자 현장에 대기하던 산림청 직원들과 소방관, 자원봉사자들이 “드디어 비 온다 우산 좀 써보자”고 소리쳤다. 자원봉사자 김명숙(58)씨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여기 의성에 비 온다, 이제 집에 갈 수 있겠다”고 들뜬 목소리로 소식을 전했다.
산림청 소속 직원들은 “비 좀 맞자, 간만의 비다”라며 우산을 쓰지 않고 한동안 빗속에서 환성을 질렀다. 그치지 않고 내리는 비에 지휘본부 여기저기서 박수와 환호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자원봉사자들은 비가 내리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하면서 “내가 살다 살다 비 오는 모습을 찍는다”고 웃었다.
대구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강수량은 오후 7시쯤 2mm에 달할 것으로 예보됐으나, 비가 내린지 약 40분만인 오후 6시 40분쯤 그쳤다. 의성군 현장의 기상실황 시스템상 강수량은 1mm으로 측정됐다.
일주일째 산불이 이어지는 경남 산청에서도 단비가 내렸다.
27일 오후 6시10분. 경남 산청군 시천면 산불현장통합지휘본부에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졌다. 배식 봉사를 하던 봉사자들이 “살았다” “비 온다” “더 내리라 퍼부어라”며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이날 헬기 투입이 지체되면서 침울한 표정이었던 산림청 직원들도 본부 밖으로 뛰쳐 나와 하늘을 쳐다봤다.
산불 발생 후 줄곧 산청 현장에 있는 이종하 경남도 소통협력관은 “점심까지 산청 쪽에만 비구름이 없길래 농담으로 ‘옆에 있는 구름 좀 여기로 땡겨오고 싶다’고 했는데 하늘이 들어줬나보다”고 웃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비는 10분 남짓 내리다 그쳤다.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주민 이모(67)씨는 “에고 쪼매만 더 내려주시지...”라며, 금방 그친 비를 아쉬워했다. 이씨는 지리산 쪽으로 불길이 확산하자, 전날 오후 인근 학교로 대피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밤 늦게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이지만 1mm 정도로 적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