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경북 영양군 석보면 답곡리 일대 민가들이 산불로 인해 무너졌다. /뉴스1

경북 의성에서 발생해 경북 북동부로 6일째 번지고 있는 산불로 인해 영양군의 한 사찰 주지스님이 입적했다.

27일 대한불교법화종 등에 따르면 경북 영양군 석보면 법성사의 주지 선정(85) 스님이 소사 상태로 발견됐다.

지난 25일 오후 5시 40분쯤 불길은 강풍을 타고 석보면까지 번졌다. 영양군은 이날 오후 6시 47분쯤 석보면 주민에게 군민회관으로 대피하라고 알렸다.

그러나 선정 스님은 다음날 법성사 대웅전 옆 건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절은 대웅전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극락전을 포함한 2채를 제외하고 모든 건물이 소실됐다.

스님은 2002년 법성사 주지가 되기 전부터 이곳에서 수행 공부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 한모씨는 연합뉴스에 “끝까지 남아 사찰을 지키다 돌아가신 것 같다”며 “연세가 있어서 거동이 불편하셨다”고 했다. 스님은 혼자 사는 이들을 재워주거나 음식을 나눠주는 등 늘 남에게 베푸는 사람이었다고 한씨는 기억했다.

유년 시절부터 스님을 보고 자란 김진득 화매1리 이장은 “순식간에 불씨가 산을 타고 넘어왔다”며 “5분 만에 동네 전체가 불바다가 됐다. 사찰이 산속에 있어서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고, 소방관도 들어갈 수가 없었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선정 스님에 관해 “오래전부터 혼자 사찰을 지키신 부처, 그 자체였던 분”이라며 “늘 웃고 남달리 정이 많았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고민 상담도 했었는데 이제 그럴 수가 없어서 마음 아프다”고 했다.

27일 오전 경북 영양군 영양군민회관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산불을 피해 이곳을 찾은 주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이번 산불은 역대 최악의 산불이 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산림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산불의 영향 구역은 3만3204㏊로, 2000년 강원도 동해안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한 피해 면적(2만3794㏊)을 넘어섰다.

그러나 진화율은 높지 않다. 청송 77%, 의성 54%, 안동 52%에 불과하다. 영덕의 진화율은 10%, 영양은 18%에 그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인명 피해는 사망 27명, 중상 8명, 경상 22명 등 총 57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영양군에서는 6명이 사망했다. 또한 3만2989명이 긴급 대피했고, 이 중 1만5490명이 귀가하지 못하고 대피소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