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경북 북부 지역을 강타한 가운데,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병산서원 인근까지 진출한 산불이 밤새 소강상태를 보였다.
27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날 밤 서원에서 직선거리로 3㎞ 떨어진 풍천면 인금리 야산까지 접근한 불길은 밤새 크게 확산하지 않고 비슷한 기세를 유지했다.
밤새 바람이 초속 1∼2m로 약하게 불고 방향도 서원 쪽과 비껴 있어서 별다른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서원 인근과 하회마을은 여전히 연무로 가득한 가운데 소방대원 50여 명과 소방 차량 10여 대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기 중이다. 소방 당국은 날이 밝는 대로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건물과 소나무 숲 등에 물을 뿌리는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산림 당국도 이 일대 연무가 어느 정도 걷히면 헬기를 띄워 인근 야산에 물을 투하해 산불의 접근을 선제적으로 차단할 방침이다.
이날 하회마을 일대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되면서 번져가는 불의 기세를 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소방 관계자는 “오전과 오후에 한때 1㎜ 안팎씩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며 “예상 강수량이 크게 부족해 보이지만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으로 불이 접근하는 것을 최대한 늦출 수 있도록 진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2일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사흘 만인 지난 24일 인접한 안동 길안면을 비롯해 남선면, 임하면 일부 마을까지 확산하며 안동을 덮치기 시작했다.
이 산불은 계속 확산해 발생 나흘째인 지난 25일 안동 전역에 주민 대피령을 내리게 했고, 동진을 이어가면서 청송까지 넘어갔다. 청송으로 퍼진 산불은 같은 날 영덕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또 북동쪽으로도 향해 영양으로도 번졌다.
이처럼 경북 북동부를 강타한 의성 산불은 안동 지역에만 산불영향구역이 3만7000여㏊(지자체 자체 추산)로 추정될 만큼 큰 피해를 불러오고 있다. 또 주거지 등에서 미처 대피하지 못했거나 대피하던 이들을 화마가 덮쳐 영덕 8명, 영양 6명, 안동 4명, 청송 3명 등 20명이 넘는 사망자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