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에서 발생한 산불이 일주일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7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병암산 화염이 원리2리와 두들문화마을을 위협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경북에서 발생한 산불로 노모를 잃은 남성의 사연이 알려졌다. 이 남성은 산불이 마을을 덮치자 다른 주민들의 대피를 돕느라 정작 자신의 노모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고 한다.

경북 산불로 이재민이 된 영양군민 A씨는 2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뒤늦게 엄마를 찾으러 갔는데 이미 늦었었다. 엄마도 못 지킨 아들”이라며 “우리 엄마 좋은 데 갔을까 매 순간 생각한다”고 했다.

의성에서 시작한 산불이 A씨의 마을 앞 산등성이까지 번진 것은 지난 25일 오후 9시 30분쯤이었다고 한다.

당시 그는 노모를 자택에서 2㎞ 남짓 떨어진 이웃집으로 피신시켰다. A씨는 이들에게 “다 같이 빨리 대피하라”고 당부하고 다시 마을회관으로 돌아갔다. 고령자가 대부분인 주민들 상당수가 여전히 마을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A씨가 마을회관에 도착한 지 5분도 안 돼 30가구가 사는 마을 전체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A씨는 이장에게 연락해 마을 방송을 하게 한 후 이 집 저 집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소리치고 주민들에게 길 안내를 했다.

A씨는 이동 수단이 없는 마을 주민 5명을 차에 태워 인근 초등학교 대피소에 갔는데 이웃집 부부와 함께 왔어야 할 모친이 보이지 않았다. A씨는 곧바로 다시 마을로 돌아갔지만, 온 마을이 산불에 휩싸여 진입조차 할 수 없었다.

A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마을 입구부터 연기로 한 치 앞도 분간할 수가 없는 데다 바람도 엄청나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며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마을로 못 들어가게 나를 붙잡았다”고 했다.

뒤늦게 모친의 시신을 찾은 A씨는 같이 불구덩이에 뛰어들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했다.

A씨는 “모친을 끝까지 챙기지 못한 것을 평생 후회할 것 같다”면서도 “남을 원망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했다.

이어 “평생 상상도 못 했던 산불이었다. 다른 주민들도, 진화대원들도, 공무원들까지 모두 경황이 없었을 것”이라며 “지금은 하루빨리 장례식을 열어 빨리 엄마를 편하게 해드리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