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로 집을 잃은 경북 지역 이재민들을 돕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온정의 손길이 모였다. 28일 오전 경북 청송군 문화예술회관에 마련한 산불 대피소에서 최수빈씨가 이재민들의 급식을 마련하고 있다(왼쪽). 최씨도 이번 산불로 집을 잃었지만 “다 같이 용기를 얻자”며 봉사에 나섰다. 경북 의성군 의성종합운동장에선 소방대원들이 무료 커피로 목을 축였다(가운데). 오른쪽은 27일 경북 영덕군 영덕국민체육센터 대피소에서 보건소 직원들과 의료 봉사자들이 의약품을 확인하는 모습. /장련성 기자, 연합뉴스

사상 최악의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경북 의성과 경남 산청 등 주민들을 위해 기업과 금융사 등의 기부가 쏟아지고 있다. 연예인들도 줄줄이 동참했다. 시민들도 ‘고향 사랑 기부제’를 통해 십시일반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21일 이후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산불로 서울 면적의 80%에 달하는 약 4만8000ha가 불탔다. 28명이 숨지고 39명이 다쳤다. 총 3만7000여 명의 이재민이 나왔다. 28일 큰불은 잡았지만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는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중견 유통업체 애터미는 28일 성금 100억원과 생수, 물티슈, 라면 등 3억5000만원어치를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100억원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 재난·재해 성금 중 역대 최고액(단일 기부액 기준)이다. 2009년 설립된 에터미는 건강식품과 생활용품 등을 판매한다. 2019년 미혼모 지원을 위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00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박한길 애터미 회장은 “산불 진화를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분들과 이재민에게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래픽=이진영

앞서 삼성은 30억원을 대한적십자사에 기부하기로 했다. 현대차와 SK, LG, 포스코는 각각 20억원을, 롯데와 HD현대는 각각 10억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 전달했다.

한진과 메르세데스벤츠는 각각 5억원, 동국제강은 3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IT 업계도 팔을 걷고 나섰다. 네이버와 카카오,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각각 10억원을 기부했다.

금융권에선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그룹이 각각 10억원씩 총 40억원을 기부했다. 신한금융은 산불 피해가 확산되자 10억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금융그룹들은 대출 등 금융 지원책도 내놨다.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2000만~1억원씩 긴급 대출을 해주기로 했다. 카드사들은 카드 결제 대금 청구를 최장 6개월까지 유예해주기로 했다.

생필품이나 약 등을 전달하는 기업도 여럿이다. 삼성은 각종 생필품이 든 구호 키트 1000개와 이재민이 쉴 수 있는 천막 600개를 피해 지역에 전달한다. LG전자는 경북 지역 임시 대피소에 공기청정기 등 가전제품을 지원하고, 고장 난 가전제품을 무료로 수리해주는 이동 서비스센터를 운영한다. 동아제약은 감기약·소화제 등 의약품 3600여 개와 에너지 음료 4000병을 피해 지역에 보냈다. 애경산업은 마스크·치약 등 3억원어치의 생필품을, 동원F&B는 즉석밥 등 간편 식품 5만7000여 개를, 빙그레는 음료 5만여 개를 보탰다.

산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진화 대원들에게도 도움의 손길이 닿고 있다. 코오롱은 티셔츠 500장을 보내기로 했고, 한컴라이프케어는 25억원어치의 방화 헬멧과 두건 등 안전 장비를 지원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성금 3억원과, 진화에 사용된 소방 헬기 정비 작업을 지원했다.

연예계 인사들도 잇따라 ‘통 큰 기부’를 하고 있다. BTS 멤버 정국은 28일 “모든 분이 하루빨리 평온한 일상을 되찾으시길 바란다”며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10억원을 기부했다. 연예기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월드비전에 5억원을 전달했다. 가수 지드래곤은 29~30일 열리는 콘서트 수익금 중 3억원을 산불 피해 복구 성금으로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안동 출신인 가수 영탁, 울산 울주군 출신인 가수 이찬원도 피해 복구 성금으로 각각 1억원을 내놨다.

시민들은 ‘고향 사랑 기부제’를 통해 십시일반 중이다.

고향 사랑 기부제는 자신이 원하는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답례품과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고향 사랑 기부제의 민간 플랫폼 ‘위기브’에서 지난 26일 시작한 ‘경북 영덕 산불 긴급 모금’에는 28일 오후 5시 기준 4497명이 참여했다. 총 기부액은 4억1640만원을 넘어섰다.

행정안전부 고향 사랑 기부제 플랫폼의 ‘경북 안동 산불 긴급 모금’에도 28일 개설 하루 만에 1065명이 몰려 기부금 약 1억원을 모았다.

산불 피해를 보지 않은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피해 지역을 돕고 있다.

서울시는 소방 헬기 1대와 펌프차 등 차량 229대, 진화 대원 656명을 경북 지역에 파견해 진화 작업을 도왔다. 텐트와 이불, 칫솔 등을 담은 구호 물품 1277세트도 보냈다. 광주광역시는 1.5t 분량의 구호 물품과 김치 50박스 등을 경남 산청과 경북 청송으로 보냈다. 전남도는 즉석밥과 조미김, 김치, 고구마빵 등 1억5000만원어치를 지원하고 3억5000만원을 기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