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가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장련성 기자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 뒤 첫 평일을 맞은 7일 오후 청와대는 관람객으로 발 디딜 틈 없었다. 탄핵 선고 직후 주말 이틀(5~6일) 동안에만 1만5000명이 몰렸다.

청와대 본관 앞엔 150m 가까운 대기 줄이 늘어섰고, 조경이 아름다워 인기를 끄는 한옥 상춘재엔 유모차를 끌고 나들이를 나온 젊은 부부 등 가족 단위 관람객 수백 명이 줄지어 구경했다. 반송(盤松)과 회화나무 등 120여 종의 나무와 역대 대통령의 기념 식수가 있는 녹지원은 봄을 맞아 왕벚나무와 살구나무에 연분홍빛 꽃이 만개했다.

청와대로 관람 행렬이 이어지는 건 오는 6월 예정된 조기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집무실을 어디로 할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짧은 선거 시기를 고려해 현 용산 대통령실을 유지하는 방안과, 청와대나 세종으로 이전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경기 김포에서 아내와 연차를 내고 왔다는 이효민(44)씨는 “그동안 방문을 미루다 선거 이후 언제 청와대 개방이 중단될지 몰라 급하게 왔다”며 “왜 이제야 왔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전경이 좋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청와대재단 관계자는 “일평균 관람객이 3000명 내외였던 이전과 달리, 탄핵 선고 직후 많게는 세 배 이상 증가했다”고 했다.

5박 6일 일정으로 서울을 찾은 독일 관광객 마르티나 호프만(32)씨는 “뉴스를 보니 차기 한국 대통령의 집무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해 구경 왔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80대 노모를 모시고 온 박모(54)씨는 “다시는 못 볼 수도 있는 광경 아니냐”며 “봄맞이 산책도 할 겸 해서 어머니도 모시고 왔다”고 했다.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청와대를 찾은 정모(43)씨는 “변덕스럽던 날씨가 이제야 풀리면서 아들과 자주 찾아오려 했는데 청와대 구경을 못 하게 된다면 아쉬울 것 같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취임하면서 집무실·관저를 현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옛 국방부)와 한남동 관저(옛 외교부 장관 공관)로 옮겼다. 이후 청와대를 국민에게 개방했다. 청와대 관람은 홈페이지에서 접속 당일이나 4주 이내 시점까지 예약이 가능하다. 현장에서 입장할 수도 있다. 관람료는 무료다. 청와대 재단 관람객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누적 관람객이 700만명을 넘었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마지막 방문’이라는 심리가 거세지면서 누적 방문객이 1000만명 이상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